농협 전산 장애가 열흘 이상 이어지면서 이용자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은행 업무가 사실상 전면적으로 마비됐던 만큼 ▦자영업자 ▦직장인 ▦학생 ▦주식 투자자 등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24일까지 금융소비자연맹 신고센터와 농협 전산장애 피해 카페 등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농협을 주거래은행이나 유일한 거래 은행으로 사용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에서 손해를 본 경우가 많다. 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는 "12일 오후부터 15일까지 온라인 수수료 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관련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례를 접수했다. 김모씨는 150만원 물품 대금이 증발해 버린 사례를 신고했다. 매매대금이 통장에 들어오지 않아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줬다는 사업자의 호소도 접수됐다.
일반 고객들은 카드대금 출금이나 공과금 자동 이체가 지연되면서 불편을 겪었다. ▦카드대금이 과다 인출됐다거나 ▦아예 대금이 인출되지 않은 경우 ▦체크카드 결제가 안 돼 자동차에 기름도 못 넣었다는 신고 등 불편의 종류도 다양했다. 이밖에 농협 계좌를 통해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은 급여 이체가 며칠 지연되면서 공과금 납부 등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신고하기도 했다.
통장에서 대금이 즉시 빠져나가는 체크카드의 경우 장기간 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피해도 발생했다. 결제를 취소한 학원비를 일주일 이상 돌려받지 못했다는 한 고시생은 "시험을 앞두고 다른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환불을 받지 못해 집에 손을 벌려야 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해외 유학생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농협카드를 이용하는 한 미국 유학생은 "기숙사비를 내지 못해, (기숙사 대금과 연계된) 학교 수업조차 듣지 못할 상황"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직접적 금전 손실을 입었다면 추후 피해보상이라도 받겠지만, 시간적ㆍ정신적 피해를 입었거나 문서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이용자가 고스란히 손해를 부담해야 할 수 있어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 주식 투자자는 사야 할 주식을 제때 사지 못해 시세 차익을 챙기지 못했다고 항의했고, 해외 출장 중이던 이용자는 국제전화로 농협에 거래가능 여부를 확인하느라 로밍 요금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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