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타계한 소설가 고 박완서씨의 유족들이 인문학 발전을 위해 유산의 일부를 서울대 인문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24일 "고인의 유족들이 최근 서울대 인문대에 학술기금 13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13억원은 고인이 남긴 현금 재산 전액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는 이 기금으로 '박완서 기금 교수'를 만들어 신규 교수를 채용하거나, '박완서 펠로십 프로그램'을 신설해 박사 학위 연구원들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고인은 1950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입학 직후 6ㆍ25전쟁이 발발하면서 학교를 중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2006년 문화예술계에서 뚜렷한 업적을 쌓거나 봉사활동 등으로 사회에 기여한 인사에게도 명예박사 문호를 개방하기로 하면서,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고인에게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당시 고인은 "소녀가장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대 학생이라는 자기소개 덕분에 미국 PX(부대 매점)에 취직할 수 있었고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기에 이미 서울대 덕을 많이 본 사람"이라며 "가당치 않게 과분한 배려라 몇 차례 고사했으나 학교측의 배려를 거듭 외면하기도 어려워 염치 불구하고 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말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기부와 후원 문화 확산에도 힘썼다. 2008년에는 전세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여성노숙인을 위해 1,00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변창구 서울대 인문대 학장은 "13억원은 건물 기부를 제외하면 개인 자격으로 인문대에 기부한 사례 가운데 최고액"이라며 "이번 주중으로 유족들로부터 기부금을 전달 받고 사용처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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