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원에 합격한 재중동포 여대생이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边) 출신의 김수영(22)씨는 현재 베이징(北京)대 정부관리학원 4학년이다. 그는 지난달 9일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합격 통지를 받았다. 동포사회에 따르면 재중동포 중 두 번째 하버드대 합격자다. 첫 합격생은 4년 전 대학원 물리학과에 5년 장학생으로 입학한 권기민(28)씨였다.
김씨는 25일 전화통화에서 "3학년 때 발달심리학을 부전공하면서 흥미를 느껴 선진 교육시스템을 경험하고자 미국행을 결심했다"며 "영어실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소외계층 교육봉사 같은 활동 덕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베이징 외곽에서 어렵게 사는 농촌 출신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인도 비정부기구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이들을 돌본 것 등이다.
그러나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특히 언어가 발목을 잡았다. 대학입학 때도 한어(漢語)에 서툴러 적응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는 그에게 영어는 더 높은 벽이었다. 옌볜의 중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영어 수업을 들은 것 외엔 정식으로 영어를 배운 적도 없었다. 그는 "미국 드라마나 뉴스를 많이 활용하고, 주변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흔하디 흔한 사교육은 없었다.
큰 산을 넘었지만 그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하버드대의 높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이징대 1년 등록금이 5,000위안(약 83만원)정도인데 비해 그가 진학할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은 등록금이 3만6,000달러(약 3,900만원)에 달한다.
다행히 등록금의 3분의 1은 하버드대에서 장학금을 받는다. 당장 필수로 들어야 하는 6월 계절학기 등록금도 어렵게 구했다. 하지만 8월 입학을 위해 7월 중순까지 내야 하는 등록금 차액과 기숙사 비용 등은 막막하다. 사업하는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가 지인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중국에서 의사는 월급이 대졸 직장인 평균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라 한국과는 대우가 사뭇 다르다.
그는 "고등학생 때 장학금을 준 한국 학술진흥재단 등 각종 장학재단에 도움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아무 대답이 없는 상태"라고 한숨을 지었다.
입학 뒤 그는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발달심리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하버드대는 전공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학문과의 교류가 활발하고 개방적이라 더욱 기대된다"고도 했다. "학자로서 재중동포사회에 교육이 정착할 수 있도록 힘쓸 겁니다. 한국에서 '한중 학생 비교' 같은 연구도 해보고 싶네요."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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