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5시 발생한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13일째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하고 있다. 2주일 동안 농협은 "반드시 복구하겠다"고 한뒤 번복하는 행태를 거듭해,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고 원인도 쉽게 밝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협은 사태 발생 초기부터 복구 약속을 하고 번복하기를 반복했다. 12일 오후 5시 전산장애가 발생하자 "다음날 영업시간 전까지 복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점 입출금은 13일 낮 12시40분에야 복구됐다. 자동화기기(ATM)ㆍ인터넷뱅킹ㆍ폰뱅킹 역시 12일과 13일 내내 "지금부터 2시간 후 복구될 것"이라며 계속 시한을 연장하다가 14일 오전 2시에야 간신히 복구했다.
14일에는 카드거래 내역이 유실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사실무근"이라고 펄펄 뛰다가 17일에 이르러서야 "12일 거래됐던 일부 내역이 유실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다음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농협은 "시간이 문제일 뿐, 밴(VAN)사 기록 등과 대조하면 100% 복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15일 '완전 복구 가능일'로 제시했던 22일, 농협은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카드 거래 내역은 끝까지 복구하지 못하고 완전히 유실될 수 있다"고 자백했다. 특히 12일 당일 지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현금서비스를 받은 내역은 지점 ATM기의 거래내역이 삭제된 상황에서 VAN사나 타행 지점 ATM기를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현금서비스 신청도 종이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이들 기록이 완전히 유실될 경우 농협은 손실을 떠안겠다는 입장이다. 즉 이날 ATM기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빌린 돈을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아직도 농협 채움카드 고객들은 포인트 선결제 등 일부 카드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전체 고객의 피해는 장기화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도 오리무중이다. 농협 측은 사건 초기 "최고 접근 권한은 일부에게만 있다", "문제의 삭제 명령 파일이 실행된 노트북은 보안이 철저한 공간에 있었다"며 내부 범행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해당 노트북에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어 범인을 쉽게 지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산 전문가들이 '이번 사고가 농협의 신뢰 실추와 커다란 피해만 남긴 채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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