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강하게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등지에서는 전날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유혈진압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 행렬에 군이 또다시 발포,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유혈사태는 24일에도 계속돼 북서부 항구도시 자블라에서 한 명이 사망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유엔과 유럽연합(EU)에 대시리아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AP통신은 현지 인권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2, 23일 이틀 동안 최소 12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22일 금요기도회를 맞아 전국적으로 벌어진 시위에서 112명이 사망한 것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 중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됐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폭압 통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사망자만 300명을 넘어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혈진압 상황이 갈수록 처참한 수준으로 치닫자 종교지도자와 의원 2명이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알자지라 등이 이날 보도했다. 시위 중심지인 남부 다라의 한 종교지도자는 AP에 “죄 없는 아이들까지 피를 흘리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어 사퇴한다”고 말했다. 나세르 알 하리리, 카릴 알 라파이 등 다라 지역 무소속 의원 2명은 “지역구민을 보호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시리아 정부를 비판하면서 폭력진압의 즉각 중단, 철저한 조사, 정치개혁 확대를 요구했다.
아사드 정부가 강경진압을 계속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슬람 분파인 알라위파의 장기 철권통치와 이스라엘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국제사회의 불개입 정책이 우선 꼽힌다.
아사드 정부는 최근까지도 48년간 이어온 국가비상사태법 폐지, 정치범 석방 등 잇단 유화조치를 내 놓았지만 정작 시위대가 요구하는 다당제, 언론자유 등은 거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 13%에도 못 미치는 집권 알라위파가 다수 수니파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40년 세습독재의 붕괴는 물론이고 피의 보복까지 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철저한 감시와 통제는 지금도 효과를 보고 있는데 아사드 정부는 비밀경찰 ‘무카바라트’를 통해 ‘개도 마음대로 짖지 못한다’는 통제사회를 구축해왔다. ‘아내조차도 무카바라트와 연관됐을지 모른다’는 우려는 시위대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때인 1982년에는 하마시에서 2만여명을 학살한 선례도 있다. 여기에 이란과 동맹인 시리아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까지 후원해왔다는 점에서 시리아에 대한 섣부른 압박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사회 운신의 폭은 좁혀져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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