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3월 시 장원에 박윤정(예대준비생)양의 ‘봄볕이랑 박간난 할매’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정현희(대전 중리중ㆍ필명 썩펭)양의 ‘이상적인…’, 생활글에서는 박주현(정의여고ㆍ필명 네펜시)양의 ‘거북이 아저씨’,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최승희(대전 전민고ㆍ필명 mendax)군의 ‘초과이익공유제, 필요하지만 어렵다’가 각각 월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온라인으로 청소년의 글을 공모하고 있다.
봄볕이랑 박간난 할매
박윤정(예대준비생)
에구구구
이노무 허리가 영 말을 안 들드라고
삭신이 녹스느라
삐그덕 삐그덕 하는 것이
사립문 새로 사방 나당기는 봄바람보담도 못혀
삐그덕 대는 것이 나보담도 영 덜 서글퍼
아 글씨 무화과 벌어진 것 만치로
어지럽게 햇볕만 땅땅 찌는구먼
그래도 고것 참 탐스럽기도 하제
늙은이라고 면박을 주는 것도 아니고
타지 나간 자석들만치 말만 번드르르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때되믄 마당으로 발걸음 해주니 얼마나 살가우냐?
앞마당 수세미만치로 깔깔한 큰며느리보다야
한 겨울이어도 간간히 얼굴 내비추니
사삭스러운 것도 없고 어찌나 이삔가
뭔 늙은이가 주책이냐 싶어도
나도 이뺐어야
영감이 말 안 혔어도
자식 여덟 낳고 살 때까정 그 속을 몰라야
난 다 알어야
우리 연호부락 당산나무 맨치로 말없었어도
그 손이 참 따셨는디
내가 안 이뺐으믄 그랬겄냐안?
오메오메 고것 참 신통도 하제
이제 갈라고야
오메메 시방이 벌써 저녁시간이 다 되부렀네
할망구 혼자사는 집구석이어도
자고로 사람살믄 굴뚝으로 저녁밥 꼬신내는 나야 안 하간?
오냐오냐 너도 이제 가야제
내일 날 새면 또 오그라
니 아니믄 누가 나 죽어도 몰라야
오메 이 늙은이 노망이제
햇볕이랑 뭔 말이당가
근디 아가
이 오두막 나두고 나 선녀옷 입고 가는 날에도
가는 길 이만치로 따수웠으면 참 좋겄는디
이 늙은이가 참 주책이어야.
▦심사평
토착 사투리의 입담이 여간 구수하지 않습니다. 햇볕에 대한 지극한 눈길로 보면 이 박간난 할매, 웬만한 시인 못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할매의 입말 속에는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자세랄까 속내도 능히 얼비치기도 합니다.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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