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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3월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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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3월 장원

입력
2011.04.2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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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3월 시 장원에 박윤정(예대준비생)양의 ‘봄볕이랑 박간난 할매’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정현희(대전 중리중ㆍ필명 썩펭)양의 ‘이상적인…’, 생활글에서는 박주현(정의여고ㆍ필명 네펜시)양의 ‘거북이 아저씨’,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최승희(대전 전민고ㆍ필명 mendax)군의 ‘초과이익공유제, 필요하지만 어렵다’가 각각 월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온라인으로 청소년의 글을 공모하고 있다.

봄볕이랑 박간난 할매

박윤정(예대준비생)

에구구구

이노무 허리가 영 말을 안 들드라고

삭신이 녹스느라

삐그덕 삐그덕 하는 것이

사립문 새로 사방 나당기는 봄바람보담도 못혀

삐그덕 대는 것이 나보담도 영 덜 서글퍼

아 글씨 무화과 벌어진 것 만치로

어지럽게 햇볕만 땅땅 찌는구먼

그래도 고것 참 탐스럽기도 하제

늙은이라고 면박을 주는 것도 아니고

타지 나간 자석들만치 말만 번드르르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때되믄 마당으로 발걸음 해주니 얼마나 살가우냐?

앞마당 수세미만치로 깔깔한 큰며느리보다야

한 겨울이어도 간간히 얼굴 내비추니

사삭스러운 것도 없고 어찌나 이삔가

뭔 늙은이가 주책이냐 싶어도

나도 이뺐어야

영감이 말 안 혔어도

자식 여덟 낳고 살 때까정 그 속을 몰라야

난 다 알어야

우리 연호부락 당산나무 맨치로 말없었어도

그 손이 참 따셨는디

내가 안 이뺐으믄 그랬겄냐안?

오메오메 고것 참 신통도 하제

이제 갈라고야

오메메 시방이 벌써 저녁시간이 다 되부렀네

할망구 혼자사는 집구석이어도

자고로 사람살믄 굴뚝으로 저녁밥 꼬신내는 나야 안 하간?

오냐오냐 너도 이제 가야제

내일 날 새면 또 오그라

니 아니믄 누가 나 죽어도 몰라야

오메 이 늙은이 노망이제

햇볕이랑 뭔 말이당가

근디 아가

이 오두막 나두고 나 선녀옷 입고 가는 날에도

가는 길 이만치로 따수웠으면 참 좋겄는디

이 늙은이가 참 주책이어야.

▦심사평

토착 사투리의 입담이 여간 구수하지 않습니다. 햇볕에 대한 지극한 눈길로 보면 이 박간난 할매, 웬만한 시인 못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할매의 입말 속에는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자세랄까 속내도 능히 얼비치기도 합니다.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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