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LED조명으로 만든 시집 열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중 한 권을 들고 가로세로 3m 안팎의 거울로 제작된 사각형 책에 들어서면 한 젊은 남성이 그 시집에 담긴 시 한 편을 읊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한 책 안에서 벽면에 비치는 시구와 시를 읊는 소리에 홀려 마치 자신의 몸이 책의 한 페이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책을 소재로 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강애란(51ㆍ이화여대 교수)씨가 2년 만에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시몬에서 ‘빛을 발하는 시(The Luminious Poem)’전을 선보인다. 제목 그대로 시집 등 책 200여권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전시됐다.
작가는 1986년 첫 개인전에서 보따리로 싼 책을 전시하며 줄곧 책을 활용한 전시를 해 왔다. 점차 발전을 거듭해 책은 이제 플라스틱 표지를 입고 내장된 조명으로 빛을 뿜는 ‘라이트 북(Light Book)’으로 진화했다. 작가는 “책 자체는 물질적인 것이지만 ‘생각을 담는 주머니’라고 보면 비물질적이다”며 “책은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과 관념에 생명을 부여하는 매체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기존 디지털 북 프로젝트에서 한 단계 발전된 공간을 구현한다. 지난 전시에서 가상의 책방에서 책을 경험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책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 그 공간에서 관객은 책을 고르고 직접 참여하며 작품을 만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아트를 경험한다.
또 이번 전시에는 천연수지의 일종인 크리스탈 레진을 사용한 회화 작품도 시도됐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지만 멈춰 있는 게 싫어서 그동안 꺼려 왔다”며 “이번에는 수채화용 물감을 캔버스에 칠한 뒤 비치고 스며드는 효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고 했다. 전시는 28일부터 내달 29일까지. (02)720_3031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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