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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현장을 가다] <2>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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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현장을 가다] <2> 강원

입력
2011.04.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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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27 강원지사 보궐선거를 5일 앞둔 22일, 드넓은 강원은 아직까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춘천고와 MBC사장 선후배 등 얼추 비슷한 이력을 지닌 여야 후보간의 대결이라 그런지, 유권자층이 여야로 뚜렷이 갈릴만한 큰 이슈가 없어서 그런지, 일단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선 도민들의 정서와 이해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서 한나라당 엄기영, 민주당 최문순 후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부단히 개진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여당성향이라던 강원 민심에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춘천과 원주 등을 돌아보며 처음으로 느낀 바닥정서는 '힘있는 여당후보론'과 '여당 심판론'의 팽팽한 대결구도였다.

원주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강대원(39)씨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여당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 유치가 절실한 영동권에서 이런 반응은 더 쉽게 감지됐다.

강릉 홍제동 주택가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도 "식구가 6명인데 모두 한나라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낙후한 지역 경제상황을 지적하면서 '한나라당 불가'입장을 밝히는 이들도 많았다.

춘천의 택시기사 김모(45)씨는 "한나라당 김진선 전 지사가 12년 간 한 게 뭐 있느냐"면서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과 영세상인들이 망하고 있는데, 그나마 이들이 버는 돈도 다 서울로 간다"고 날을 세웠다. 동료 택시기사 이모씨는 "엄 후보가 "자기를 MBC 사장에서 쫓아낸 한나라당에 들어간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엄 후보를 직접 비판했다.

강원지사 선거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운 엄 후보와 낙마한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투영된 최 후보의 감성적인 대결구도였다.

강릉 최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서 엄 후보가 유세에 나서자 상인들은 'TV에서 보던 사람'과의 조우에 관심을 보이며 모여 들었다. 회사원 박우영(31)씨는 "엄 후보는 TV를 통해 익히 알고 있지만, 사실 최 후보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만큼 엄 후보의 인지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상당수 도민들의 가슴에는 '이광재 향수'가 깊게 자리잡고 있는 점도 엿볼 수 있었다. 춘천 재래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이 전 지사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동정론을 폈다.

배추납품을 하는 김용수(47)씨는 "이 전 지사가 몇 달 동안 한 일이 과거 한나라당 지사보다 많다"고 단언했다. '이광재' 소리에 70대 할머니가 고개를 돌리며 "똑똑한 사람 뽑아놨더니 왜 그렇게 해서 선거를 또 하는지…, 난 한나라당(지지자)이지만 (이 지사가 물러날 때) 눈물이 나더라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민주당 최 후보에 대한 지지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춘천 잡화상점 주인 김영우(45)씨는 "최문순은 이광재가 아니에요"라며 "작년에 이 전 지사가 당선된 건 민주당 후보라기보다 인물 그 자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KBS-미디어리서치(조사기간 17~19일) 등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힘있는 여당 지사를 내세우는 엄 후보가 여당 심판론을 강조하는 최 후보를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론 알기 힘든 게 요즘 강원도 표심이라고 한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하재수(60)씨는 "지금 여론조사 나오는 건 믿지 말아야 한다"며 "작년에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춘천ㆍ원주ㆍ강릉=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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