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3D TV, 2차 전지에 이어 편광판 분야에서 또 한 번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삼성그룹 제일모직이 최근 편광판 생산 자회사 에이스디지텍을 흡수ㆍ합병하며 TV용 대형 편광판 생산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서면서 편광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LG화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다윗(제일모직)과 골리앗(LG화학)의 싸움으로 보고 있지만, 제일모직이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공급망을 등에 업고 자금과 기술력을 집중하면 만만치 않은 도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편광판은 PC, 모니터, 휴대폰 등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자연광을 투과하면 직선의 빛으로 바꿔주는 얇은 필름을 말한다. 과거에 노트북 중소형 필름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LCD TV가 각광을 받으면서 대형 필름의 인기가 급상승, 전체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편광판은 머리카락 2~3개 굵기밖에 안되는 0.3mm 초박막 필름 안에 여러 장의 기능성 필름이 쌓여 있는 초정밀 제품으로, 정밀코팅, 점착 등 필름 가공 기술과 광학 설계 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많은 기업이 쉽사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에이스디지텍 흡수 합병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소재 분야, 그 중에서도 TV 편광판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2007년 에이스디지텍 지분을 인수, 최대 주주(현재 지분 23.42%)를 유지해왔으나 그 동안 생산은 에이스디지텍 측이, 마케팅ㆍ판매는 제일모직이 맡았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제일모직의 1분기 실적을 700억~750억원으로 봤지만 이번 합병 효과로 95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분야에서 2008년 4분기부터 세계 시장 1위(현재 점유율 31%)를 고수한 LG화학은 제일모직의 합병에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충북 오창, 중국 베이징, 폴란드, 대만 등에서 편광판을 생산하는 LG화학은 2000년 편광판에서 6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현재 2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일본 경쟁 업체는 한 번에 1,980mm 폭의 필름을 찍어낼 수 있는 반면 우리는 2,250mm(42인치 TV 4장)를 찍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기술 개발을 지속해 이 폭을 더 넓게 하고 TAC(트리아세테이트셀룰로스) 필름 등 일본에서 수입하는 핵심 소재의 국산화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