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과 이은미는 심사의 공정성을 잃었다."
지난 22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 끝난 뒤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은 심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를 열창한 백청강에게 심사위원 방시혁과 이은미가 이날 평점 중 가장 낮은 7.2점, 7.3점을 각각 주며 혹평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반면 백청강의 멘토인 김태원은 "어떤 이들이 기계로 꾸미는 소리조차 그대는 리얼로 해냈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더욱이 김태원이 방시혁이 멘토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에게 가장 낮은 점수를 준 사실이 부각되며, 일부 네티즌들은 "멘토들간 신경전이 도를 넘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위대한 탄생'이 갈수록 참가자들이 아닌 심사위원 겸 멘토들의 경쟁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케이블채널 M.net의 '슈퍼스타K'와 차별화하기 위해 도입한 멘토-멘티 시스템이 오히려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리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초반 '슈퍼스타K의 아류'란 혹평에 시달렸던 '위대한 탄생'은 참가자들 중 20명을 추려 진행한 '위대한 캠프'에 돌입하며 뒷심을 발휘했다. 5명의 심사위원 겸 멘토가 각자 제자 4명씩을 선택해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멘토와 멘티들이 끈끈한 정을 쌓아가고, 멘토들이 탈락한 제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장면 등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아졌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실제 가요계에서는 가수가 자신의 실력보다 프로듀서의 능력에 의존하는 면이 많다"며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은 이러한 현실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8일부터 '위대한 캠프'에서 살아남은 12명에서 매주 2명씩 탈락하는 생방송 무대가 시작된 뒤 '감동의 드라마'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위대한 탄생' 참가자들의 가창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들에 대한 평가가 본인의 실력이 아닌 담임 멘토의 프로듀싱 능력에 대한 평가로 비쳐지게 된 것. 특히 제작진이 생방송 중 멘토-멘티 관계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당락 결과까지 멘토 그룹별로 발표하는 경쟁 구도 속에서 멘토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멘토가 심사위원을 겸한 탓에 심사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심사는 본래 주관적인 영역이다. 멘토들의 음악적 지향과 장르 등이 다른 만큼 참가자들에 대한 평가도 갈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본인의 판단과는 다른 심사 결과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 "제 자식 살리기가 지나치다"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심사위원 평가는 30%만 반영돼 실제 참가자들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70%를 차지하는 시청자 문자투표 결과다. 실력보다는 인기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그 인기의 근원이 담당 멘토의 영향력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멘토 김태원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의가 그의 멘티들이 합격하도록 후광효과를 발휘한 면이 있다"며 "다른 심사위원들에 대한 시청자들 불신이 커질수록 김태원 멘티들을 보호하려는 문자투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럴 경우 오디션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오직 편가르기만 남게 된다. 일각에서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누가 되든 최고의 승자는 김태원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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