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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또 미궁… 재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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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또 미궁… 재계 속앓이

입력
2011.04.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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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전망이 또 다시 시계 제로 상태로 접어들었다. 정부와 야당이 각각 "(법을 통과시켜 주기로) 합의가 됐다" "합의한 바 없다"고 엇갈린 얘기를 하면서, 이제 논란은 법 자체의 내용보다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법의 통과 여부에 따라 운명이 엇갈리게 돼 있는 SK그룹의 속앓이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또 물 건너 가나

정부가 2008년 7월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금산분리 완화 추세에 맞춰 해줘야 한다"(정부ㆍ여당)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므로 안 된다"(야당)는 공방 속에 2년 가까이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4월 가까스로 소관 상임위원회(정무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벽을 1년째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4월 국회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폈고, 마침내 21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여ㆍ야간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고까지 얘기했지만 민주당이 즉각 이를 부인하면서, 4월 국회 통과는 결국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김동수 위원장이 말한 여ㆍ야 잠정 합의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일반 지주사의 금융사 보유 허용에 대해선 여ㆍ야는 물론 경제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또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정거래법 통과에 큰 이해관계가 있는 재벌총수(최태원 SK그룹 회장)와 술자리 만남 이후, 법안 통과와 관련해 민주당 박영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장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이 먼저 있어야만 법 개정안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뒤통수 맞은 기업

가장 곤혹스런 곳은 SK증권을 계열사로 둔 SK그룹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법 개정을 감안해 올 7월2일까지현행법 적용을 유예해 준 상태다. 그 전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자회사인 SK증권을 팔든가 ▦아니면 공정위로부터 최대 180억원(추정치)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든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CJ그룹 역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9월3일 이후엔 CJ창업투자를 팔거나 과징금을 떠안아야 한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이 법이 SK그룹에 특혜가 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지주사들(LG그룹 등)은 법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분리 또는 매각했는데, SK그룹에 대해서만 법 개정을 통해 금융계열사 보유를 허용하게 되면 형평성 논란, 나아가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K그룹 얘기는 다르다. 그룹 측은 "SK증권을 매각하지 않은 것은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부방침을 믿고 따랐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을 믿은 결과가 불이익이라면 우린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어설픈 정부 대응

최근에는 정부와 야당 사이에 때아닌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날 민주당이 김동수 위원장의 '잠정 합의' 발언을 전면 부인하자 공정위 관계자는 "'잠정'이란 단서가 붙긴 했어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또다시 반박했다.

공정위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여ㆍ야 의원은 물론 정부, 청와대에까지 전방위로 협조를 요청해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안이한 대응'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야당의 발목 잡기'에 눈을 흘기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법안을 내놓고서 2년이 넘도록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 점은 정부의 입법추진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정진석 수석과 최태원 회장의 만남, 김동수 위원장의 매끄럽지 못한 '잠정 합의' 주장 등 돌출 상황까지 속속 전개되면서 "모종의 다른 뭔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우게 됐고 결국 법 통과만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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