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 소식이 중계방송 되다시피 한 지가 두 달이다. 처음에는 엄기영, 그리고는 정운찬, 그 다음은 손학규가 나오느니 안 나오느니로 시끄럽더니, 이어서 야권 단일화가 되니 안 되니로 떠들썩했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선거 이야기가 신문을 큼지막하게 장식하고 있다. 어느 선거구에는 한나라당 의원 60명이 출동을 했다고도 한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임시국회는 건성건성이고, 국정 주요 현안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온 나라가 선거판이 된 듯한 모습에 이래도 되는 건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마저 축소하자는 건 아니다. 야권의 대선 유력 주자인 손학규, 유시민이 깊게 연관돼 있어 선거결과에 따라 야권은 물론 전체 대선 지형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수도권 30,40대의 투표율과 야권연대의 파괴력을 짐작해볼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적 의미도 결코 작지는 않다.
재ㆍ보선 사생결단하는 정치권
하지만 아무리 이번 재보선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해도 정치권이 이렇게 죽기살기로 덤벼들 정도인지 의문이다. 총선까지는 1년, 대선은 1년 8개월이 남았다.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 아마도 한두 달만 지나도 재보선 결과는 까맣게 잊혀질 것이다.
휴일이 아닌 평일 치러지는 까닭에 재보선 투표율은 대체로 30%대에 그치기 마련이다. 여간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고서는 투표에 참여하는 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가 명백한 재보선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치권은 사생결단을 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응답률 10%가 말해주듯 별 관심이 없다. 해당지역도 이런데 다른 지역 주민들은 말하나마나다. 지금 국민들은 재보선보다 물가와 경제, 교육 문제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과열된 선거 양상은 오히려 정치적 냉소주의만 키울 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차제에 재보선 제도 개선을 검토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이번에 선출하는 강원도지사의 잔여 임기는 3년이지만, 국회의원 3명의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 지역구 주민들은 내년 4ㆍ11 총선 때 의원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 임기 1년을 채우려고 굳이 선거를 할 필요가 있을까.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3명의 자리가 한동안 비어 있다 해서 국가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여기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거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 1년 이상 남았을 경우 재보선을 하도록 돼 있는 공직선거법의 기간 조항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재보선에 드는 선거비용은 150억 원인데, 이 가운데 3곳의 국회의원 선거비용이 36억 원이다. 1년 남은 국회의원을 뽑으려고 수십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선뜻 동의할 국민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선거비용 원인 제공자에 물려야
재보선 비용을 아예 원인제공자에게 물려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재보선은 선출직 공직자의 자진사퇴나 재임 중 부정부패와 비리 등으로 인한 당선무효 때문에 치러진다. 당선자 본인의 귀책 사유로 재보선을 실시하는 경우에 선거비용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하지 않아도 될 선거를 하게 만들고, 그 비용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일부 뜻있는 국회의원들이 명백한 위법행위로 재보궐 선거가 실시될 경우 당사자와 정당에 선거 비용을 일부 부담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부적격 후보자를 공천해 재보선을 하게 한 정당은 해당 선거구에 공천을 금지하고, 선거보전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으나 정치권은 들은 체도 않는다.
여론도 제대로 반영 못하고 돈만 낭비하는 재보선은 이제 바꿔야 한다. 국회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자기 개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충재 편집국 부국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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