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휘발유가 뭐기에… 독일 주민 커지는 불만
일본 방사능 누출사고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요즘 독일에서는 원전 문제 이상으로 바이오연료가 운전자들 사이의 논란거리이다.
독일 주유소에 가면 슈퍼플러스, 슈퍼, 슈퍼E10 등 세 종류의 휘발유 펌프가 운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고급휘발유(옥탄가 98)인 슈퍼플러스와 일반휘발유(옥탄가 95ㆍ에탄올비율 5%)인 슈퍼 등 두 종류였으나 올해 초 일반휘발유의 에탄올비율을 10%로 높인 바이오휘발유 슈퍼E10이 등장했다. 현재 운행차량의 90%가 바이오휘발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것이다. EU는 2020년까지 바이오연료 사용비중을 전체 운송에너지의 1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 놓고 있기도 하다.
언뜻 보면 소비자 선택폭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독일 정유회사들은 종전의 일반휘발유를 고급휘발유 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하고 공급을 줄임으로써 사실상 휘발유체계를 바이오휘발유와 고급휘발유 등 두 종류로 정비했다. 이는 정부 정책에 따라 바이오휘발유 판매비중을 높여야 하는 데다 휘발유 종류가 많아질 경우 발생되는 비용 부담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자식처럼 돌보는 독일 운전자들의 불만은 심상치 않다. 에탄올 함량 증가로 엔진이 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독일 자동차운전자협회(ADAC)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의 85%가 바이오휘발유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휘발유 사용시 엔진오일을 더 자주 교체해야 하고 연비도 낮다는 TV프로그램 실험 결과도 소비자들을 자극했다. 고유가시대에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휘발유를 선택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지출부담도 늘었다.
BMW 등 독일 유명 자동차업체가 합동으로 발표한 바이오휘발유 도입 지지 성명도 큰 도움이 되진 못하였다. "바이오휘발유에 의한 엔진 손상이 발견되면, 이를 별도로 보상해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 업체도 일관되게 "아니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충분한 사전준비와 홍보 없이 바이오휘발유를 도입하였다고 정부를 비난하면서 일반휘발유를 원래 가격대로 다시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오휘발유에 대한 거부감은 세계 식량문제와 결부되면서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독일 대중일간지 빌트는 "바이오휘발유가 세계 기아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라는 가톨릭 교회 오토 게오르겐스 주교의 발언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는 "먹거리를 자동차에 넣기 위해 사람을 굶기는 꼴"이라며 바이오연료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일반인들의 정서를 잘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은행 보고서는 미국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장려하면서 옥수수가격이 급등했으며 최근 식품가격 상승의 75%가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기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식량난을 감안할 때 현재 유럽연합(EU) 등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연료 사용의무화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문제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아 온 바이오에너지도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비롯한 기계설비를 바이오연료에 완전히 적합한 형태로 개발해야 하는 문제, 세계 기아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생산량 조절 문제, 곡물과 같은 식용 바이오매스가 아닌 비식용 바이오매스에 의한 에너지개발 추진과제, 남미나 아프리카 등에서 원시림이 소멸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세계환경 악화 우려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지금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이오휘발유를 둘러싼 논란의 향후 방향은 소비행태 변화, 물가 동향, 세계 식량 및 환경문제 등과의 관련성에 유의하면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양석준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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