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미국 아마존(Amazon.com)의 전자책 판매량이 올 들어 종이책을 앞질렀다. 올해 초부터 전용단말인 킨들에서의 전자책과 종이책 판매량이 115대100 비율로 전자책이 더 많이 팔리기 시작한 것.
교보문고도 올해 국내 전자책 단행본 시장이 약 400억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구매하는 비율이 59%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이 확대될수록 그 비율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구매과정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온라인서점 앱을 활용하여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검색하면 서평과 고객 평점이 뜬다. 책값을 비교하니 현장에서 사는 것보다 최소 10% 이상 할인이 된다.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한다. 다음날이면 집으로 배송이 된다고 하니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가져온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저렴한 요금 이상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휴대가 가능한 무선인터넷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어느 한 가지 특징만으로는 똑똑해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
패러독스 경영, 편리·풍부 동시 제공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혁신의 양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1980년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장한 본원적 경쟁전략은 ▦차별화를 통한 고마진 전략 ▦대량생산을 통한 비용우위 등 가격과 품질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혁신적 서비스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기존 서비스와 경쟁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경영환경이 과거와 달리 '패러독스 경영'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경영 전략가들의 분석과 일치한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차별화와 저원가,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 글로벌화와 현지화, 규모의 경제와 빠른 속도 등 얼핏 보면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들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디어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흐름도 '편리함'과 '풍부한 경험'이라는 얼핏 보면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가치들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구현되는 멀티스크린 서비스는 TV, 태블릿, 스마트폰을 넘나들면서 찾아보기, 다시보기, 이어보기, 같이보기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신문산업도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종이 신문이 주는 제한적 경험을 뛰어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산업으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소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1,00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초기 20~30대 젊은이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스마트폰이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2시간 가량을 스마트폰에서 보내고, 일정관리 알람 정보검색 음악듣기 등 일상과 관련된 앱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기에 앱 사용이 게임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생활의 일부로 다양화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도 초기에는 게임 등 새로운 서비스에 열광했지만, 점차 메일이나 뉴스검색, 쇼핑, 뱅킹, 동영상 시청 등 일상의 일들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 변화의 핵심에는 편리함 이상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마트폰은 이런 혁신적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더 최소한의 노력으로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모순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스마트한 경영이 필요한 시대다.
김재경 KT 경제경영연구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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