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판사가 사표를 제출, 곧바로 수리됐다.
서울고법 황모(41) 판사는 21일 오전 8시5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전동차 안에서 20대 여성의 신체에 밀착하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가 잠실역 승강장에서 줄을 계속 바꿔 서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고 판단, 같은 객차에 뒤따라 탔다가 범행을 목격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으로부터 진술을 받고 황씨를 조사한 뒤 불구속 입건했다.
황 판사는 사건이 알려진 22일 “표명할 입장이 없다. 법원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가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 수리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황 판사의 사표를 바로 수리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예규는 법관이 직무에 관한 비위를 저질렀을 때 사표를 내더라도 곧바로 수리하지 않고 징계 절차를 거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황 판사의 경우는 개인의 불법행위에 관한 문제여서 징계 논의 없이 바로 사직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품위유지 위반 등 공적 측면이 있음을 감안할 때 황 판사의 사표를 바로 수리한 것은 징계를 면해주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 공무원의 징계에는 파면ㆍ해임이 있지만 법관은 독립기관의 특성상 탄핵 결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으며, 정직이 징계의 최고수위”라며 “징계가 이뤄지기 전까지 계속 법관의 지위에 두기 어렵다는 측면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정재호기가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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