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배우게 된다. 고교에서 한국사는 지난해까지 필수과목이었지만, ‘2009 개정교육과정’이 고교에 적용되는 첫 해인 올해부터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전환됐다. 이유야 어떻든 시행 1년 만에 또다시 교육과정을 수정하게 돼 학생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는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런 내용의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2012년 이후 입학하는 모든 고교생은 졸업 때까지 총 85시간 내외(학교 재량에 따라 68~102시간)로 한국사 과목을 배워야 한다. 이는 주당 2~3시간씩 두 학기를 배워야 하는 양이다.
이배용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장은 “학생들이 역사를 모르면 일본,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도 없어진다”며 한국사 필수과목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2007년 2월 발표된 ‘2007 개정교육과정’에서는 고교에서 ‘한국사’가 아닌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현 정부 들어서 2009년 12월 발표된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아예 역사과목을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로 나눠 선택과목으로 전환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에 대한 해명은 한마디도 없었다.
당시에도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역사왜곡은 변함이 없었지만, 교과부 책임자들은 “학생의 학습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중학교까지는 국민공통이지만, 고교는 향후 진로탐색을 위해 적성에 맞는 선택형 교과로 전환하기 위해 필수과목을 없앨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와중에 교과부 안팎에서는 “특정대학 일반사회 전공 출신들이 교과부 실세에 포진하면서, 역사전공 출신들을 홀대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키우기 위해 한국사를 선택과목화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결국 고교 한국사의 선택과목화는 올해 한 해만 시행되고 내년부터 다시 필수과목으로 전환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도 일선 학교에 한국사 편성을 독려해 교육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고1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2009 개정교육과정’은 한 학기에 8과목만 가르치는 ‘제한집중이수제’가 도입되기 때문에 고교 과정에서 유일한 필수과목인 국사를 어느 학년에 배치하느냐를 놓고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사의 배치에 따라 세계사 등 다른 역사과목이나 일반사회, 지리 등 인접과목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한국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전환된 뒤 수능응시자 중 국사를 선택하는 비율은 10%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수능에서 한국사의 필수과목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한국사교육 강화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대입에서 수능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전환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한국사 교육과정에 현장체험 등을 강화해 학생들이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