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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에너지 블루오션] 2부 <2> 친환경 발전의 심장을 만든다(연료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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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에너지 블루오션] 2부 <2> 친환경 발전의 심장을 만든다(연료전지)

입력
2011.04.2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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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선에서 쓰는 연료전지 발전, 굴뚝·소음 없고 효율은 최고

1990년대 초반까지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 일대를 메워 만든 월드컵경기장. 이 곳 인근의 공원들 가운데 하나인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에는 지난해 9월 발전소가 세워졌다. 21일 찾아간 이 곳에선 발전소 하면 으레 떠오르는 커다란 굴뚝과 굉음, 뜨거운 열 등을 직접 보거나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단지 500㎡ 가량의 면적에 3~5m 높이의 조그만 설비 서너 개 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화력·수력·원자력발전소 등 기존 발전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정말 여기서 전기가 생산될 수 있냐"고 묻자, 이상일 포스코파워 현장감독은 "상암 연료전지 발전소의 전기생산 규모는 2.4㎿로, 마포지역 3,000가구의 전력 공급과 1,000가구의 온수 공급에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화염이나 연소과정 자체가 없어 폭발 등의 위험은 전혀 없다"며 "웬만한 설비제어는 컴퓨터를 통해 경북 포항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이곳에서는 직접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는 곳의 정비만 담당한다"고 밝혔다.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연소과정 없이 전기와 열, 물을 생산하는 고효율ㆍ친환경발전설비인 연료전지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1839년 영국에서 처음 그 원리가 발견됐지만 환경파괴 이슈가 현재처럼 심각하지 않아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과거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상용화에 성공한 후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유현 포스코파워 과장은 "석탄 등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운동에너지→전기에너지로 순차적으로 변환시켜 전기로 만드는 기존 화력발전과 달리,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꿔주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어 발전설비 중 효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원리는 '물의 전기분해' 역반응. 물을 전기로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데, 역으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얻는 원리다. 연료공급기(MBOP)가 수소와 산소를 발전기(Stack)에 공급하면, 발전기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와 열, 물을 생성한 뒤 전기를 전력변환기(EBOP)로 보내고, 이후 전력변환기는 생성된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변환해 각 가정 등에 공급한다. 수소는 LNG나 석유, 메탄올 같은 화석연료로부터 얻고, 산소는 공기 중에서 얻는다. 수소를 얻기 위한 기초 연료가 화석연료지만 전기를 얻고 나오는 부산물이 화력발전에서는 이산화탄소인 반면, 연료전지는 물이어서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된다. 이런 점 때문에 연료전지는 1969년 아폴로 11호에 탑재된 후 현재까지 우주선의 전력 및 식수 공급원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연료전지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연평균 8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2018년까지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규모가 6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2009년 1월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22개 신성장동력 중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선정했다. 2018년까지 전세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9대 국가 수출산업으로 키워 2013년 1만명, 2018년에는 6만8,00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 가운데 세계 유수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곳은 아직 포스코파워뿐이다. 2007년 연료전지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국내 16개 지역에 총 40㎿ 규모의 연료전지를 설치해 가동 중이다. 이는 연간 동탄신도시 규모의 5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와 1만7,000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열을 생산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달에는 핵심설비인 발전기 제조공장을 준공해 연산 100㎿ 규모의 연료전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포스코파워는 이를 바탕으로 2013년까지 경기 화성 발안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인 총 60㎿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MOU도 다음달 7일 경기도 등과 체결하기도 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건설된 발전용 연료전지 규모는 39.25㎿로 이 중 포스코파워가 31.65㎿를 설치했다.

그러나 포스코파워가 독점한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 다른 국내기업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어 경쟁체제가 조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책과제와 자체개발을 통해 현재 포스코파워가 독점하고 있는 용융탄산염형 연료전지(MCFC·Molten Carbonate Fuel Cell)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00kW급을 상용화하고 향후 용량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으나 MCFC에 이은 차세대 연료전지로 인식되는 고체산화물형 연료전지(SOFC·Solid Oxide Fuel Cell)에는 현재 포스코파워와 삼성SDI 등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범준 포스코파워 연료전지부문 팀장은 "전세계 연료전지 업체들이 차세대 품목인 SOFC에 집중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올해 국산화에 성공한 MCFC 경우는 이제 해외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 전기차의 핵심 2차전지

현재 연료전지보다 더욱 각광받는 것은 2차전지다. 2차전지는 과거 노트북 등에 사용하던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용량화해 하이브리드차량, 전기차에 응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 2차전지는 세계 화학업체와 자동차 업체가 사활을 걸고 개발, 양산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이기 때문. 일부에서는 2차전지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량, 가정용 전원 충전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 7%, 2020년 1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 미국의 GM과 일본의 닛산은 각각 양산형 전기차 볼트와 리프를 미국 시장에서 시판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도 내년 초 전기차 양산에 뛰어든다. GM과 닛산에 비해 1년 이상 늦은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선보인 현대차의 양산형 전기차 블루온은 만만치 않은 성능으로 잠재력을 과시했다. 블루온은 SK에너지의 리륨이온폴리머 배터리를 탑재, 최고 속도 시속 130㎞, 최대 140㎞의 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후발 주자임에도 미쓰미시의 전기차 아이미브 보다 최대 운행 거리가 10㎞ 가량 길어 세계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켰다.

현대ㆍ기아차는 블루온을 바탕으로 내년께 경형 크로스오버튜틸리티차량(CUV)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 기아차에서 생산하는 이 전기차는 뒷좌석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소형 미니밴을 지향한다. 실용성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내년 말까지 전기차 2,500대 정도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의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충전소 구축 등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미국시장에서 GM의 볼트는 1,210대, 닛산의 리프는 452대 팔리는데 그쳤다. 당분간은 하이브리드차량이 현실적인 친환경차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브리드차량은 2차전지를 활용한 배터리와 내연 기관을 동시에 사용한다. 따라서 자동차와 화학 업계가 손을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두 산업 부문이 고루 발달한 특징을 갖고 있어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과 삼성SDI, SK에너지가 2차전지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현대ㆍ기아차도 최근 글로벌 4~5위권의 업체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양 업종의 결합 사례로는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의 합작사 HL그린파워가 손꼽힌다. 지난해 출범한 이 회사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 이를 하이브리드차량과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팩으로 만든다. 2014년까지 40만대 생산을 생산할 계획. 현대ㆍ기아차는 이 곳에서 양산한 배터리를 사용해 쏘나타하이브리드, K5하이브리드를 곧 내놓을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차전지 분야는 화학과 자동차가 골고루 발전한 우리나라로서는 미래 에너지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창출 의지, 업체간 이해 조정 능력이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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