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방송프로그램 창의성 살려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방송프로그램 창의성 살려야

입력
2011.04.22 06:01
0 0

나는 음치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감명 깊게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가창력이 있는 가수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가수다’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가창력이 있는 프로페셔널 가수들을 경쟁시켜 평가단으로부터 제일 낮은 지지를 받은 가수가 탈락하는 것이다. 유명한 가수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는 기획사 소속 아이돌 가수들이 점령한 지상파 TV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의 감동적 도전

그런데,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제 1회 경연에서 20년 경력의 김건모가 탈락하자 모든 가수와 제작진이 패닉 상태가 되었다. 이에 제작진은 회의를 통해서 7등을 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재도전하기로 한 김건모와 김영희 PD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김건모는 2회 경연을 끝내고 자진 하차하였다. MBC는 김영희 PD를 경질하였고, 그는 남미로 해외 연수를 떠난다고 한다.

나는 김영희 PD가 이 프로그램을 계속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1990년대 ‘이경규가 간다-숨은 양심을 찾

아서’에서는 차량 정지선을 지키는 것을 예능 프로그램화 하였고, ‘칭찬합시다’

등의 건강한 예능 프로그램을 창조해 왔다. ‘나는 가수다’도 새로운 시도이다.

창의적인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조그마한 실수를 했다고 용납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후배 PD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외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을 가져와 한국 상

황에 맞게 조금 변형한 다음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영원히 1류가 아닌 2류 프로그램만 보게 될 것이다.

MBC는 김영희 PD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질하였다. 그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페셔널 가수를 단번에 탈락시키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 탈락한 가수에게 재도전 기회를 제공했다. 이것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세부 규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원칙이 아니라 처음의 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의 계획은 금과옥조가 아니기 때문에, 더 나은 방안이 생기면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오히려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줌으로써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김건모는 인생에서 자기를 되돌아 보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했다. 다른 가수들도 2주일 동안 엄청난 노력을 해서 더욱 수준 높은 공연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었다. 한 가수는 진검 승부에서 오는 처절함을 통해서 노래 잘 하는 가수가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20년 경력의 김건모가 손을 떨면서 열창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감동을 받았다.

이런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실패를 통해서 학습하고, 무수한 실패를 경험한 후에야 혁신으로 성공할 수 있다.

시행착오 용납 않는 사회

나는 교수다. 교수는 강의도 잘해야 하지만 논문을 잘 써야 한다. 훌륭한 논문이란 어떤 것일까. 기술적으로는 약간 엉성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창의적인 논문과, 기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새로운 발견이 적은 논문을 비교해 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논문이 학문적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새롭지만 엉성한 논문을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더욱 완성된 논문이 되는 것처럼, 이번 사태도 창의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으로 이해하자.

‘나는 가수다’를 기획한 김영희 PD는 돌아와야 한다. 새로운 도전에서 시행착오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는 창의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