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 자매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장은진(본명 김은진), 김희진씨가 신작 장편소설을 나란히 출간했다. 언니인 장씨의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와 동생인 김씨의 <옷의 시간들> 이다. 지난해 7월 말부터 4개월여 동안 인터넷 웹진에 함께 연재했던 작품이다. 옷의> 그녀의>
이번 소설의 소재나 스타일은 퍽 다르지만 소설의 줄기 정서는 쌍둥이 아니랄까 깨나 닮아 있다. '외로운 젊은 여성의 소통과 위로에 대한 갈망'이 기본 테마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는 전기를 먹고 사는 여성이란 알레고리로 이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여주인공 제이는 전기가 흐르는 몸을 타고나 누구도 그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는, 철저히 고립된 존재. 작가는 "빈방에 한 여자가 전구를 들고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 보고 전기를 먹고 사는 여자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와이와 케이라는 역시 외로운 두 남자와 우연히 얽히고 셋은 제이의 집을 찾기 위해 함께 여행에 나서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의 고독과 상처를 보듬는다는 내용. 따뜻한 음악을 연주하면서 이야기를 들려 주는 제이는 절대적으로 고립된 존재지만 '그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상태'가 오히려 와이와 케이의 결핍을 충족시켜 준다. 그녀의>
<옷의 시간들> 의 여주인공 오주 역시 남자 친구와 막 이별한 외로운 여성으로 직업도 고독의 냄새를 풍기는 도서관 사서. 소설의 주 무대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빨래방인데 다양한 상처와 개성을 지닌 이웃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받는 공간이다. 소설은 오주가 빨래방에서 9번 세탁기만 사용하는 우울한 표정의 남성의 비밀을 캐는 구성으로서 전개되는데 오주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이별을 극복한다. "매일 어떤 것과 혹은 누군가와 이별을 한다. 이런 게 삶이다. 이별이 남겨 두고 간 그 빈자리를 꿰매 주고 채워 주는 건 시간일터"라고 작가는 말한다. 옷의>
전기를 먹고 사는 여성이나 빨래방 남성의 비밀 캐기 등 이야기의 발상은 신선하지만 '고독한 여성의 소통과 위로'라는 식상한 테마를 딛고 장편소설로 끌고 가기엔 통찰력이 옅어 보이는 게 아쉽다. "거대한 이야기보다 소소한 일상을 그리고 싶다"는 작가들의 말마따나 소소한 일상 속에 숨은 우리 삶의 덫을 캐보 는 것은 어떨까. 자음과모음 발행·각각 1만1,000원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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