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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실패가 열정 부족 탓? 젊은이여 어깨를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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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실패가 열정 부족 탓? 젊은이여 어깨를 펴라

입력
2011.04.22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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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지음/웅진 지식하우스 발행·264쪽·1만3,500원

열정은 인간의 원초적 동력이다. 일에 대한 열정은 충분한 보상을 필요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젊은이들의 열정을 착취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시나리오작가 고 최고운씨와 인디음악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겠다'는 젊은이들의 꿈을 자본주의가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영화 현장도 마찬가지. 영화의 꿈을 안고 충무로로 들어온 젊은이들은 '돈보다는 경력이 중요하다'는 논리에 임금 한번 받지 못한 채 날을 새며 일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문화 산업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이는 현재 3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 '열정 노동'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점이다. 한창 신자유주의 개혁이 진행됐다. 당시 정부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만이 진짜 지식인이다' '영화 한 편이 자동차 몇 천 대보다 낫다' 등의 논리를 펴며 산업 구조를 대폭 재편하고 동시의 고용의 안정성을 무너뜨렸다. 이 과정 중에 국민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크게 무너졌고, 그 부족한 부분을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를 경영하라'는 식의 탈노동자화가 장려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이 열정 노동을 발명했다고 말한다. 생산력 향상의 동력을 새로운 자원이나 새로운 시장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 '스스로를 혁신해 생산력을 높일 것'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테일러주의나 포드주의 등의 새로운 자본주의는 자기 안에서 우러나는 열정을 통해 노동자 개인의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그 전략을 수정했다.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책 <시크릿> 등의 자기 계발 담론의 열풍은 여기에 기인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이게 자신들의 실패가 단지 스스로의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기성세대들에게는 이 부조리한 세상이 계속 유지될 수 없음을 경고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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