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오데드 센카 지음ㆍ이진원 옮김/청림출판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삼성전자를 두고 카피캣(copycatㆍ모방가)이라고 비난하더니 급기야 갤럭시S 등이 아이폰을 모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카피캣> 의 저자 오데드 센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애플도 카피캣이며, 모방을 혁신의 발판으로 삼아 성공한 기업이라고 본다. 카피캣>
일반적으로 혁신은 찬사를 받고 모방은 무시되지만 이 책은 모방이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혁신만큼이나 중요하며 모방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30년 동안 중국을 연구한 중국 전문가. 중국 기업들이 모방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 기업들이 모방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는 로마 시대부터 창조성 독창성 천재성을 주요 특징으로 삼은 낭만주의 시대 이전까지 모방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가령 유럽인들이 오랫동안 실패하다 새로운 생산기술로 중국산 도자기 모방에 성공했을 때에도 모방은 비난받기보다 자랑스러운 행위로 간주됐다.
일본이 서구를 모방하면서 경제 대국이 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미국도 사실은 모방 국가였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온 중요한 혁신 제품 140개 중 84개를 만들어 냈는데 유럽에서 탄생한 혁신 제품들을 연구해 성공적인 상업용 제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 많았다.
모방이 과소평가된 것은 20세기의 10대 발명품 중 라디오 TV 항공기 휴대폰 컴퓨터 등 8개가 미국에서 나오자 미국인들이 자국의 혁신 능력을 중요한 경쟁 우위로 간주하고 혁신 제일주의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맥도날드 월마트 애플 등 미국 기업부터 한국의 삼성전자 이마트에 이르기까지 모방을 통해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모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전략적, 경영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브라질 업체를 모방해 백화점과 슈퍼마켓을 결합한 하이퍼마켓을 만들어 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자서전에서 "내가 한 일의 대부분은 남이 한 일을 모방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도 외부 아이디어를 조립해 만든 것이며, 애플이 가진 진짜 기술은 자체 아이디어와 외부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를 조합해 멋진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으로 조립해 낸 데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애플은 모방가(Imitator)와 혁신가(Innovator)의 합성어인 이모베이터(Imovator) 가운데 최고라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 가운데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천재적 능력으로 독창적 작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르네상스를 완성한 화가로는 이들의 아이디어와 기법을 모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라파엘로가 꼽히는 것에 비춰 보아도 저자의 주장이 공허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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