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씨가 부르는 ‘동백 모란’이란 노래가 있다. 그 노래의 원제목이 ‘조두남 영랑 동백 모란’이다. 시인이며 소설가며 화가인 이제하 선생께서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다. 선생이 회갑 무렵 이 노래 등으로 콘서트를 열었고 현장에서 녹음한 음반이 지난 세기말에 나왔다. 북 시디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산에서는 구할 수 없어 부산까지 가서 구입했다. 음반을 사서 돌아온 저녁, 그 노래들을 들으며 큰 감동에 젖었다. 그 이후 음반은 나의 애장이 되었고 ‘조두남 영랑 동백 모란’을 열심히 따라 불렀다. 음치여서 노래를 잘 부르지 않지만 가끔 그 노래를 부르면 주위가 숙연해졌다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처음 듣는 노래에 제목을 물어도 침묵해 내가 작사한 노래라는 풍문까지 퍼졌다. 선생은 마산서 공부해 노래 속에서 묻어 나오는 경상도 탯말이 정겹다.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느끼면서 맛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선생의 기타와 바이올린 하나, 그 무대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시인의 노래는 시인이 불러야 제 맛이다. 가수는 뜻 깊은 제목도 바꾸고 너무 매끄러워 싫었다. 언젠가 울산에 공연 온 조영남씨에게 항의했더니 ‘최고의 노래’라는 데 동의했다. 올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선생께 처음 인사를 드렸다. 마산에서 아구찜 한 번 먹자 했는데 ‘상냥한 동백아가씨’의 4월이 다 가고 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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