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만든 2009개정교육과정(이하 2009과정)이 올해 새 학기 초등 1ㆍ2학년, 중ㆍ고 1학년에게 처음 적용되고 있다. 또 2009과정의 골자인 교과ㆍ학년군(群) 통합을 통한 특정과목 집중이수제 등은 '학교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초중고 전학년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보급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2009과정을 시행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극심하다. 특히 정부는 2009과정의 최우선 목표로 학생들의 교과부담 경감과 창의ㆍ인성교육 강화를 내세웠으나, 시행 2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 현장 교사들 대다수는 오히려 교과부담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의뢰해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19~25일 7일간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80명 가운데 64.5%가 "2009과정 도입으로 학생들의 교과부담이 과거보다 더 가중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가중됐다'는 응답이 46.6%였으며, '매우 가중됐다'가 17.9%에 달했다. 반면 '경감됐다'는 응답은 5.7%에 그쳤다. 응답자는 평교사가 44.7%, 부장교사 37.1%, 교장ㆍ교감 18.3% 였다. 학교 소재지별로는 특별ㆍ광역시 교사가 33.8%, 중소도시 35%, 읍ㆍ면지역 31.2%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과정 도입으로 학생들의 교과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교과ㆍ학년군을 통합해 한 학기에 배우는 교과를 줄이는 집중이수제가 효과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의 51.5%는 오히려 학생 부담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별효과가 없다는 응답도 38.6%였다. 학습부담 경감에 효과적이라는 응답은 9.5%에 불과했다.
교과부가 역시 역점을 두고 있는 창의적 체험학습 역시 2009과정 적용 이후에 이전 교육과정과 비교해 '별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교사가 57.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퇴보'했거나 '매우 퇴보'했다는 응답도 24.8%나 된 반면, '개선됐다'는 응답은 15.5%에 불과했다. 이는 집중이수제 도입으로 교과시간 배정이 어려워진 정보통신교육, 보건, 한자 등의 과목을 엉뚱하게 창의적 체험학습에 포함시키면서 학생들의 선택권이 오히려 축소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9과정 논의 때부터 집중이수제를 도입하면 학교별로 교과과정이 달라져 전학생(轉學生)의 경우 교과과정이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지침을 내려 보내 사실상 각 학교가 전학생의 보충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학생에 대한 학교차원의 대책이 없다는 응답이 73.4%에 달했다.
교총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통해 2007교육과정과 2009교육과정이 혼재됨에 따른 학교의 준비 부족과 어려움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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