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진텐진호의 현재 상태를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알려진 상황을 종합했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해적들이 배를 공격해 승선했지만 선원들이 곧바로 피난처로 대피해 대치하고 있는 경우다. 외교부와 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GPS 위치 추적 결과 한진텐진호는 이날 오후까지 피랍 추정 지점인 인도양 스코트라섬 동쪽 250마일(402km) 해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통상 소말리아 해적들이 배를 습격하면 일단 자신들의 근거지로 이동시켰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선원들이 해적 습격 직후 배를 멈추고 선내에 있는 피난처로 이동한 채 해적들과 대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텐진호 내부에 ‘시타델(Citadel)’이라는 긴급상황에 대비한 일종의 피난처가 있다는 사실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럴 경우 선원들이 피난처에서 얼마만큼 버틸 수 있는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피랍됐던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도 피랍 직후 피난처에 대피했지만, 3시간만에 피난처 문이 열렸고 선원들은 모두 해적들에게 포위된 바 있다.
해적들이 배에 접근했지만 승선하지 못한 채 주변에서 위협을 가하다가 철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진텐진호가 7만5,000톤 크기(6,500TEU급)의 대형 컨테이너 화물선으로 수면에서 갑판까지의 높이만 10m 정도이기 때문에 해적들이 배에 접근하고도 쉽게 승선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한진텐진호 같은 대형선박이 소말리아 해적들에 피랍된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적들이 배에 승선해 배와 선원들을 장악했을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한진텐진호가 피랍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 경계가 소홀한 새벽 시간이라는 점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또 최악의 경우 해적들이 배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선원들에게 위협 사격 등의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오후 청해부대 소속 헬기가 선박 상황을 정찰한 결과 배에서 약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추측하게 한다.
한편 이번 피랍을 두고 우리 정부의‘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 대한 보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월 청해부대가 해적 8명을 사살하고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모두 구출한 직후, 소말리아 해적이 한국 선원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겠다는 보도도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적들이 의도적으로 한국 선박을 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적은 기본적으로 돈을 노리고 선박을 공격하기 때문에 보복 차원에서 한국 선박을 노렸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도 해적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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