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해 정부가 늦게나마 관심을 보이니 다행이다. 현재 103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비수급 빈곤층' 중에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도움이 절실한 가구가 많고, 특히 이들 대부분이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관련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본인과 부양의무자의 총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이어야 하는데, 이를 150~18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엔 '비수급 빈곤층'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생계 및 의료 지원이 절실한 '비수급 빈곤층'은 법률적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자와 자녀가 부양의무자로 되어 있으나 그들 역시 빈곤층이거나, 빈곤층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갖가지 이유로 부양의무를 못하고 있는 경우다. 현행 130% 규정을 최대한 180%로 올린다 하더라도 이들 '비수급 빈곤층'의 10분의 1 정도만 도움을 받게 된다는 점이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해 포지티브 시스템을 적용할 게 아니라, 모두를 지원대상으로 하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를 제외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행정노력은 지금보다 많이 필요하고 예산 부담도 다소 증가되겠지만 제한요건 조정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각지대의 안타까운 사연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저생계비 기준이 현실화하지 못한 상황이고 가정ㆍ가족 개념이 급변하고 있는데 생계비와 부양의무를 기준으로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부양의무자의 형편과 수입, 재산상태 등이 무시된 채 총소득의 몇 %를 인상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법규에서 부양의무자 규정을 아예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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