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출생 성비(性比) 불균형이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성별 역할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교육비 부담으로 딸 아들 구별 없이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신세대 부모들의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나중에도 자식들에게 도움 받지 않겠다는 사고 방식의 변화다. 그렇다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행복한 노년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가운데 은퇴 이후 안정된 소득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안정된 노후 위한 '효자'
노후 자금은 소비성향과 부양 가족 수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경제 활동을 하던 때의 약 45~50% 정도의 소득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대체로 은퇴 이전과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월세를 내지 않고 자기 집에서 산다고 가정했을 때이다.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보다는 연금을 준비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현금을 운용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노후 생활비 마련 방법으로는 좋지 않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금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소득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8년 개정으로 40년 이상 가입자의 소득 대체율은 2028년 기준 40%가 되도록 설계되었다. 2008년 전에 이미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전체 30년 정도 가입했다고 하면 35% 정도의 소득 대체율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또한 40년을 가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된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 다음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퇴직연금이다. 직장인들은 매년 임금의 8.3%를 퇴직금으로 적립한다. 직장을 옮길 경우 퇴사할 때마다 퇴직금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데에는 좋지 않다. 대부분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직장을 옮겨도 퇴직금이 계속 누적되어 추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약 10% 이다. 국민연금에 퇴직연금을 합쳐보면, 가까스로 소득 대체율이 45%에 이른다.
여기서 조금 더 준비한다면 민간 보험회사에서 운영하는 개인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생활하기도 힘든데 월급에서 더 쪼개 개인연금 보험료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필요한 50% 소득 대체율을 겨우 맞출 수는 있다. 결론적으로 고령화 시대의 연금이 효자를 대신하려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소위 다층형 연금제를 통한 소득보장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0년 약 1,900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87%를 상회한다. 1988년 도입된 이래 전국민연금시대를 달성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가입자 가운데도 상당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실직이나 사업중단, 휴직, 생계곤란 등의 이유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 가입자의 26%에 이른다.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납부 예외자에게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적극적 정책과 인생 설계 필요
여기에 원천적인 미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약 30%의 국민이 노후 소득에 대한 준비가 없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자식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자신이 준비한 연금도 없다면 노년의 빈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앞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마련하여 대비하여야 하겠지만, 각자가 안정된 노후 소득을 마련하기 위한 인생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 활기찬 노년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생활에서 시작되며, 그 시작은 연금과 같은 안정된 소득을 갖는데 있기 때문이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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