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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 '새마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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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 '새마을운동'

입력
2011.04.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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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추진한 배경은 여러 갈래로 풀이된다. 그 하나는, 1960년대 수출중심 근대화 전략과 경제 발전에 따른 도ㆍ농 격차와 대량 이농, 도시 빈민 증가 등 경제사회적 부작용이 정권의 정당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저항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농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에서 소외된 농촌을 달래고 농촌경제를 재건하는 개발정책은 수출주도 발전전략에 긴요한 안정적 내수시장 확보를 위해서도 절실했다. 정치적 동기로만 보는 시각은 편협하다.

■ 이른바 대중독재론의 관점에서 새마을운동은 사회와 대중 전체를 근대화하고자 했던 박정희 체제가 농민과 근로자의 자발적 동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중동원 운동이었다. 박 대통령은 일찍부터'조국 근대화'를 봉건적 잔재가 지배하는 불평등한 현실을 극복하는 길로 규정, 대중을 국민과 민족의 일원으로 자각하게 했다는 평가다. 이어'우리도 잘 살고 싶다'는 평등주의적 열망과 압력을'다 함께 잘 살기 운동'으로 수렴, 대중의 호응과 집단적 열정을 이끌어냈다. 새마을운동이 한국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중운동으로 평가되기에 이른 바탕이다.

■ 새마을운동은 농촌 근대화와 발전 프로젝트의 의미가 점차 퇴색, 1980년대 들어 정치적 동원에 이용됐다. 또 생활여건 개선과 소득 향상을 넘어 농촌의 자주적 정주(定住) 공동체 건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신분제 유습과 씨족 갈등, 좌우 반목 등 낡은 의식구조를 허무는 데 이바지했다. 또 농민들은 경제적 성과보다 자신들이 의미 있는 존재로 대우받은 기억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마을 사업을 위한 주민 토론과 집단 의사결정 등 새로운 민주주의를 경험하는'사회 혁명'에 이르렀다는 평가이다.

■ 새마을운동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남북한 발전전략 경쟁과 연결 짓는 시각이다. 1950년대 북한이 추진한 5개년 계획 등의 경제발전은'천리마운동'이 상징하는 대중동원 운동에 힘입었다. 이것이 70년대 우리의 발전전략과 새마을운동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어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가 몰락한 북한은 이제 새마을운동을 농촌 복구의 모범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새마을운동' 지원을 남북협력 모델로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새로 정한'새마을의 날'을 맞아, 그 역사적 의미를 새삼 새길 만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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