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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창피하구나 고려대교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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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창피하구나 고려대교우회

입력
2011.04.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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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교우회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선출된 직후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구천서(61)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렸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구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회장 취임을 준비할 수 있다.

28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는 그에 대한 인준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 후보는 만장일치 박수로 인준을 받는 게 관례였다. 회칙엔 300명 이상의 대의원이 참석한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부결될 경우 3개월 이내에 회장을 새로 뽑게 돼 있다.

회장 자리 진흙탕 싸움 꼴불견

그런데 이번엔 박수 치고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선거과정에서 잡음과 갈등이 심했던 데다 구씨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구씨는 상장 폐지된 보안업체 시큐리티코리아의 실소유주로, 다른 업체와 거래한 실적을 부풀려 회사 돈 1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2002년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 때는 폭력배를 동원해 상대 후보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막은 혐의로 이듬해 구속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천신일 회장이 특정 기업의 세무조사 무마를 알선하고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불명예 퇴진한 뒤, 후임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구천서 씨,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씨(72)가 출마했으나 2월 16일 열린 후보 추천위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교우회 회장단은 출마 희망자를 추가로 접수했고, 4월 14일 추천위에서 제 3의 후보 이기수(66) 전 고려대 총장을 근소하게 누른 구씨가 최종 후보로 뽑혔다.

그러자 김씨는 회장단 결정과 이 전 총장의 출마가 무효라는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해병대전우회, 호남향우회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조직으로 꼽히는 고려대교우회는 진흙탕싸움으로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회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교우회장이냐고 창피해하는 교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천씨는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까지 기록했다. 그 과정은 정말 볼썽사나웠다.

고려대 출신들은 "우리도 대통령 하나 만들어 보자"고 힘을 모았고, 이런 노력과 시대적 요구가 맞물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동문과 나라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그 이후 감시자나 비판자, 아니면 최소한 조용한 후원자가 돼야 할 텐데 교우회는 목에 힘을 주며 과실을 챙기려 했다. 집단의 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조직을 이용해 특정인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그 조직은 배타적 사회악으로 작용하게 된다.

고려대교우회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방문행사도 기획했었다. 각계의 주요 동문들을 추려 청와대로 점심 얻어 먹으러 가는 행사였다. 누가, 왜 안팎으로 욕 얻어 먹을 발상을 했는지 한심스러워 만류했던 기억이 난다. 첫 시도가 취소된 몇 달 뒤에 같은 초청이 또 왔던 걸 보면 이 행사의 문제점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두 번째 계획도 취소되지 않았다면 청와대에서 '입실렌티…'교호(校號)가 울려 퍼지는 촌스러운 풍경이 연출됐을 것이다.

고려대 출신들의 남다른 모교 사랑과 자부심은 다른 학교 출신들의 부러움을 사왔지만,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애교심은 반발과 미움을 부를 뿐이다. 스카웃한 김연아를 고려대가 낳았다고 말하니 남들이 부러워하지 않고 비웃는 것이다.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고려대 출신의 어느 재외동포는 한 글에서 "대통령 한 명 배출했다고 희희낙락하지 말고, 정치꾼들이 몰려 줄을 대려는 꼴도 보이지 말고, 소박하게 친목을 도모하고 모교 발전에 기여하는 교우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 대학의 교우회 일을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이런 것이 고려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의 18대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출신 대학인사들이 모이고 뭉쳐 단합을 외치는 일이 요즘 잦아지고 있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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