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영국 석유회사 BP의 시추시설 ‘딥워터호라이즌’이 폭발, 대량 원유 유출을 겪은 멕시코만에 3,200개 이상의 유정이 버려진 채 방치돼있어 또 다른 환경오염 주범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3,200개 이상의 유정과 가스정이 유출 방지용 시멘트 주입도 없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 AP는 버려진 유정에서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는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회사뿐만 아니라 연방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 연방정부는 버려진 유정들이 최소한 5년 이상 사용되지 않았고 재사용에 대한 계획도 없다면서도 법적으로는 유효한 상태여서 봉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3,200여개의 유정 가운데 일부는 60년 전에 시추된 후 버려진 것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버려진 유정에 사용된 시멘트가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출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서서히 유출되기 때문에 바다 생물이 이에 적응하게 되면 생태계에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석유회사들이 영구 봉쇄 대신 유정을 그대로 방치하는 이유는 언제든 시추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유정을 봉쇄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도 기업들에겐 달갑지 않다.
멕시코만 사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 abc뉴스에 따르면 피해 복구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인근 늪은 기름에 뒤덮여 있고 동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루이지애나 야생보호 생물학자 토드 베이커는 “펠리칸이 8,000마리 이상 죽어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며 “돌고래와 바다거북 사망률도 10~20배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BP는 20일 석유시추시설 제공업체 트랜스오션과 유정 입구에 설치된 분출방지장치(BOP)제조업체 캐머런 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P는 뉴올리언스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트랜스오션의 딥워터호라이즌에선 안전 시스템과 장비, 관리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캐머런사에 대해서는 잘못 설계된 BOP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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