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점 아래로는 집을 짓지 마라.”
11가구 34명이 살던 일본 이와테(岩手)현 아네요시(姉吉)마을 어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지난달 11일 발생한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직후 밀려온 쓰나미는 이 비석으로부터 약 40m 아래에서 멈췄다. 타미시게 기무라 촌장은 “선조들은 쓰나미의 공포를 알았고 우리에게 경고하기 위해 비석에 이런 글을 새겨놨다”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이와테현 등 일본 동북부 해안에는 이처럼 쓰나미를 경고하는 비석이 수백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쓰나미 경고석 중에는 600년이 넘은 것도 있고, 높이가 약 3m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가운데서도 아네요시 마을 것은 어디에 집을 지을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거의 유일한 비석이다. 이 마을 역시 1896년 대지진 쓰나미 때 2명만 생존했고, 다시 해안으로 돌아가 살았지만 1930년 쓰나미로 4명밖에 살아 남지 못했다. 이 쓰나미 이후 마을 주민들은 언덕 위에 집을 지었고 높이 1.2m의 쓰나미 경고석도 함께 세웠다고 한다. 이 경고석 덕분에 1960년 쓰나미 때는 피해가 없었다. 다만 이번엔 다른 마을 학교로 자녀 3명을 데리러 갔던 어머니 등 4명이 희생되는 아픔도 있었다.
NYT는 “경고석이 있는 마을들도 2차세계대전 후 마을 규모가 커지면서 조상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해안으로 거주지를 넓혀가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며 “사람들이 이번 일을 잊지 않도록 히로시마 원폭 돔처럼 쓰나미 피해 현장 일부를 영구히 보존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판 쓰나미 경고석을 만들자는 얘기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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