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 국내 지점을 대상으로 특별 외환공동검사에 나선다. 투기적 선물거래로 단기외채가 급증할 조짐을 보이자 유입되는 달러를 억제하겠다는 취지. 최근의 가파른 환율 하락 속도를 일부 억제하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한은과 금감원은 2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특별 외환공동검사를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대상은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들어 역외 선물환 거래가 급증한 곳이 우선 타깃이 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10월 이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외국환은행에 대해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실시한 지 6개월 가량 지났다”며 “올들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적 선물환 거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단기외채가 증가할 조짐이어서 중간 점검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역외 NDF 시장에서 늘어난 선물환 매도가 국내 외국환은행의 선물환 매입과 단기 외채 차입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당장의 환율 급락은 물론이고 위기 시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지며 외환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공동검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한은이 선물환 규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은행의 경우 선물환 포지션(외화자산-부채)을 자기자본의 50%,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250%로 제한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물론 당국의 조치는 투기적 선물환 거래가 최근 가파른 환율 하락의 주범이라는 인식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달러화 약세 ▦주식시장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 환율 하락 요인이 즐비한 상황에서 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이날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20억달러 안팎의 매수 개입에 나섰는데도, 환율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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