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의 한국프로야구에서 20여 년간 그라운드를 주름잡은 감독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 김응용 감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김 감독은 해태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를 이끌면서 한국시리즈에서만 10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려 명실공히 ‘야신(野神)’의 반열에 오른 거장입니다.
그런 그가 10여 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현역으로 한창 땀 흘리며 이런저런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밥 먹듯’이 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론 상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10여 년 전 테니스 대회의 상금은 쥐꼬리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때 김응용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야구 그라운드 전체가 돈다발이 가득한 황금 밭이다. 먼저 가서 집어가는 선수가 임자다” 라는 취지로 이야기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즌이 끝나고 구단과 선수들 사이의 연봉협상 줄다리기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연봉협상에서 입씨름 하지 말고 몸값에 걸 맞는 실력을 보여주면 돈은 저절로 수중에 흘러 들어오게 돼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인데도 저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상금만 놓고 보면 개인종목으론 테니스가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분명합니다.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상금은 프랑스오픈이 16억원으로 가장 적고 호주오픈이 24억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윔블던과 US오픈은 19억원 정도입니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골프의 마스터스 대회와 브리티시 오픈 우승상금도 15억~16억원 정도로 테니스에는 못 미칩니다. 물론 세기의 복싱 슈퍼스타간의 대결에는 200억 원 이상의 파이트머니가 걸리지만 단발성 이벤트 경기라 나란히 비교하기엔 무리입니다.
이처럼 테니스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그야말로 신천지입니다. 한 게임 이기면 왕복 비행기삯이 나오고, 두 게임 이기면 대회기간 내내 숙박비가 해결될 정도로 돈이 쏟아집니다. 세 게임 이기면 사인해달라는 팬이 줄을 서고 자연스레 광고섭외도 들어올 것입니다.
후배들이 국내대회 상금이 적다고 투덜대지 말고 해외로 나가 테니스 전사로 기량을 떨쳤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테니스에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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