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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署 일일 형사 체험한 소설가 공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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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署 일일 형사 체험한 소설가 공지영씨

입력
2011.04.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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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에서 깡통을 주우러 다니는 젊은이나 컵라면을 사 들고 고시원으로 가는 젊은이들 모습을 보면서 먹고 살 만한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 서대문경찰서 ‘일일 강력형사’로 나선 소설가 공지영(48)씨는 21일 “거리의 젊은이들 표정과 태도를 보며 20대의 절망감이 느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씨가 강력계 형사로 변신한 것은 서대문경찰서 김맹호(45) 강력팀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계기가 됐다. 김 팀장은 지난 12일 ‘경찰서에서 형사 체험하고 싶은 분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공씨가 이튿날 1순위로 자원했다.

20일 오후 8시30분께 서대문경찰서에 도착한 공씨는 형사계 조사실 등을 둘러본 뒤 오후 10시부터 순찰차를 타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3시간여 동안 강력팀 형사들과 연희동 대현동 북아현동과 이화여대 인근 등 관내 순찰을 함께 하고 도난 사건 현장에도 출동하는 등 공씨는 자신이 30년 간 살았던 서대문 지역의 구석구석을 체험했다.

21일 오전 1시10분께 첫 번째 순찰을 마치고 서대문경찰서로 돌아온 공씨는 “경찰들이 절도 용의자를 어떻게 심문하는지, 어떤 식으로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는지 등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뒤에서 덩치 큰 남성 2명이 걷는 것을 본 김 팀장이 ‘좀 더 일찍 다니지’라며 여성을 걱정하는 모습, 피의자를 조사할 때 느긋하게 안심시키면서 살살 구슬려서 자백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공씨는 형사들과 똑같이 오전 4시부터 30여 분 동안 의자에 앉은 채 ‘쪽잠’을 잔 뒤 강행군을 이어갔다. ‘순찰 2회 총 5시간. 이상하게 사고가 없는데 다른 구역에서 사고들 치시나’라며 틈틈이 자신의 트위터에 체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연희동과 산꼭대기에 있는 북아현동 순찰을 하면서는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를 새삼 깨달았다고도 했다.

오전 9시까지의 ‘임무’를 마친 공씨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신고 받고 출동하는 장면을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도 “이전부터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이번 경험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모르겠지만 강력팀 형사를 처음 본 느낌, 복장, 말투 등을 다 기록해놨다가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공씨는 “1987년 구로구청 점거농성 사건으로 용산경찰서 유치장에 가 본 뒤로 경찰서는 처음”이라며 “20년 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게 경찰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인 것 같다. 우리나라 경찰이 그 동안 정말 많이 변했고 평소 느껴온 경찰 이미지가 실제와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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