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교차 외교가 금주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금주와 내달 초의 관련국 움직임은 한반도 정세가 대화 모색과 긴장 지속 중 어느 갈림길로 접어드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먼저 주목해야 할 움직임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26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전직 국가수반들의 모임인 '엘더스그룹' 소속 인사 3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협의한다. 카터 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자임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문제에서 진전된 성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방북시에 참고하라는 취지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등의 입장을 카터 전 대통령 측에 설명했다"고 밝힌 대목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카터 전 대통령 측은 28일 방북을 마치고 전용기편으로 서해 상공을 거쳐 서울로 내려오는 방안을 우리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서울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경우 그'내용'과 '강도'에 따라 남북관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예정된 26일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서울을 방문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난다. 우 대표는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천 수석이 우 대표에 대해 '중국에서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관리'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서 두 사람은 미묘한 사이가 됐다.
우 대표는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 대화→6자회담'의 3단계 대화 방안을 토대로 북한의 남북 비핵화 회담 제안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우 대표가 전할 북한의 메시지에 따라 남북 비핵화 회담 개최라는 총론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표현을 내세우고 있어'문턱 낮추기'를 요구하는 중국과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양국의 차관보급'2+2(외교ㆍ국방)' 회의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자리에서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대한 양국 공조 방안이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금주 또는 내달 초 중국을 방문할 경우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 외에도 북한 후계체제와 북핵 문제 해법 등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열흘 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부위원장은 24일 김 위원장의 함흥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현지지도에 동행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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