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부가 신성장동력 강화전략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보고대회에 직접 참석했을 정도니 우리나라 산업의 10년 뒤 먹을거리는 참으로 고민거리다. 이날도 역시 의료분야가 손꼽히며 이철 연세의료원장이 의료계를 대표해 발표하고 토론에 참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들이 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형태를 바꾸고 있다. 즉 환자를 위한 임상과 대학의 연구를 연결해 '실용적이고 경제성 높은 연구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의사들 특히 대학병원의 교수들에게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 병원은 물론 비롯한 다른 대학의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니 MBA를 비롯한 각종 경영관련 교육과 연구결과에 대한 특허관리 교육 등에 잠잘 시간조차 없다는 하소연을 쉬 들을 수 있다.
사실 대학병원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의 일상은 전쟁과 같다. 필자만 해도 김밥 한 줄 손에 쥐고 강의실, 연구실, 진료실, 수술실을 뛰어다니다 보면 몸이 하나고 하루가 24시간 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거기에 이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연구기반의 결과물까지 내야 하니 여간 어깨가 결리는 게 아니다. 얼마 전 대학병원 교수들의 암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보도는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2008년 지식재산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 특허청에 들어온 특허출원은 연평균 16만건, 등록은 연평균 6만건이라고 한다. 출원 건수만 보면 세계 4위다. 그러나 이 6만건의 특허 가운데 실제 상용된 것은 1만건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5만 건은 그대로 사장된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세간에 국내 최고사학으로 손꼽히는 우리 대학조차 특별히 나은 형편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저조한 연구 및 특허 관련 실적을 개인의 무관심과 소속기관들의 지원 부족만으로 돌리기엔 뭔가 허전하다.
현재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의대로 모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의 의료의 수준과 공학, 생물학, 화학 등 타 분야에 대한 연구기반도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진료실에서의 경험과 아이디어는 세계최고 수준일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연구는 그대로 상용화 될 확률이 높다. 장양수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개발한 약물도포 스텐트 개발이 그러한 것일 것이며, 지난해 있었던 황기철 교수의 심혈관질환 치료물질 관련 150억원의 기술이전이 그 예일 것이다. 그러나 현행 국책이나 대형연구비 선정에 있어 이런 임상연구보다 기초관련 연구들이 주로 선정되는 것은 연구의 실용성보다는 실험이나 연구설계의 완벽함이 오히려 주 기준이 되어서가 아닐까?
의학자로서 의료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육성하겠다는 것은 실로 반길 일이다. 그러나, 우리 임상의사들의 연구성과 실용화에 대한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비의 선정과정 등에서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될 수 있도록 여건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홍보실장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