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화상경마장 결국 '없던 일로'
한국마사회가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전남 순천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설치사업을 결국 철회했다.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장외발매소 설치를 재승인 받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이 주민동의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장외발매소가 들어설 건물 주인으로부터 개장에 협조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까지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마사회가 순천에 추진 중이던 장외발매소 사업에 대한 철회 승인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순천장외발매소 사업 승인을 철회하고 마사회가 낸 계획대로 업무가 진행되도록 지도ㆍ감독할 방침이다.
그 동안 주민들의 반대 시위에도 꿈쩍도 않던 마사회가 순천장외발매소 사업을 철회한 데는 감사원이 지난달 말 내놓은 감사보고서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순천장외발매소 설치와 관련해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찬성으로 조작됐다며 마사회를 관리ㆍ감독하는 농식품부에 순천장외발매소 설치 사업 철회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한 것이다.
실제 감사 결과 마사회 직원 A씨는 지난해 2월말 순천장외발매소 개장 재추진 승인 신청 업무를 보면서 장외발매소 입주 건물 주인 B씨가 "미사용 중인 장외발매소용 건물을 마사회가 활성화해 달라"는 내용으로 제출한 주민 진정서와 순천시의 민원알림 공문을 그대로 복사한 뒤 장외발매소 개장을 찬성한다는 '자치단체 및 지역사회 동의서'로 둔갑시켰다.
A씨는 이어 이 동의서를 승인신청서에 첨부해 상급자인 C씨에게 결재를 요구했고, C씨는 보완 검토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결재했다. 장외발매소 신규 설치를 금지하고 설치 승인 신청 시 마사회가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해 지역 의견(주민동의서)을 직접 받아야 한다는 농식품부의 승인지침을 어긴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2006년 11월 농식품부가 순천장외발매소 설치를 승인했다가 주민 반발로 한 차례 철회한 이후 마사회 등을 감사하면서 지역주민 동의서가 허위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자 마사회 등에 주의 조치를 했었다.
고위 간부 D씨도 이 같은 승인신청 내용이 승인지침과 다른 사실을 알고도 A씨 등이 올린 서류를 그대로 결재했다. 특히 D씨는 지난해 4월 순천장외발매소 설치 승인이 난 후 순천시에서 설치를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항의하자 관련 공무원과 통화해 동의 사실을 확인했다며 언론에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 또 건물주 B씨로부터 장외발매소 개장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5,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농식품부 직원이 주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조작한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농식품부 E씨는 지난해 3월 마사회의 순천장외발매소 승인신청서 등을 제출 받고 현지 출장조사를 하면서 시장 등의 동의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지역여론이 장외발매소 설치에 우호적이라는 내용의 허위 현황보고서를 작성했다. E씨는 이후 장외발매소 설치 승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첨부한 현황보고서를 상급자에게 제출해 설치 승인을 받아냈다.
감사원은 장외발매소 설치 승인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A씨는 면직을, C씨 등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는 정직을 각각 소속 기관에 요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마사회의 순천장외발매소 설치 재승인과 관련해 지역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한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순천장외발매소 사업 철회가 잘 마무리 되도록 마사회에 대한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김영균기자 ykk22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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