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실 청문회8·8클럽 도입·PF 뇌관싸고 여야 '네탓 공방'만전현직 금융수장들 "당시 최선책… 대주주 책임"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부른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가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렸다. 그러나 4ㆍ27 재ㆍ보선을 앞둔 여야 의원들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 보다는 책임이 각각 전 정부와 현 정부에 있다고 정치적 공세를 펴는 데 집중했다. 출석한 전ㆍ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은 "당시에는 최선의 정책이었다"고 상황논리만을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과 진동수ㆍ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을 공격하며 현 정부의 감독부실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은 대주주 책임이 제일 크긴 하지만 감독하는 기관이 더 큰 문제"라면서 "김종창 전 원장이 2008년 3월 임명된 후 PF 대출의 문제를 파악하고도 3년 동안 감독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도 "부산저축은행이 부실한 대전ㆍ전주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금감원이 권유를 했다"면서 "이 때문에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까지 이르렀는데 금감원이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질책했다.
윤증현 장관이 금융감독위원장 재직 시절 도입된 '8ㆍ8클럽'(우량 저축은행)에 대한 여신한도 우대 조치에 대해서도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의 여러 원인이 있지만 8ㆍ8클럽 도입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라면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2002년 신용금고의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정부가 저축은행에게 소액대출을 권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늘리도록 한 것이 저축은행 부실의 시작이었다"고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도 "이 전 부총리 시절 금융당국이 상호신용금고 발전방안을 만들면서 예금보호한도를 상향조정하고 그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변경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의 책임 추궁에 대해 전ㆍ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윤증현 장관은 '8ㆍ8클럽' 도입에 대한 비판에 대해 "당시에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했다"며 "공직자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책임론만 강조할 경우)정부나 감독당국이 새로운 정책을 선택하거나 변경할 경우에 참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 저축은행에 인수시킨 정책이 오히려 부실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전광우 전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이 인수한 2개 저축은행이 부실화된 것은 마음 아프게 생각하지만, 그 외 6개 저축은행은 다 성공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전 전 위원장은 "인수 후 건실한 경영이 이뤄졌다면 불법ㆍ부실대출과 부실사태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대주주 책임을 주장했다.
김종창 전 원장도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금감원이 검사유예 등의 혜택을 내걸고 인수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의 질의에 대해 "권유는 했지만, 어느 금융기관이 자기 돈이 들어가는데 권유한다고 무조건 들어가겠느냐"고 반박했다.
현직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무리한 외형확대의 계기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으나 "저축은행의 경쟁력 제고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이 같은 정책들은 당초 의도한대로 경영정상화 또는 금융위기 극복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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