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으로부터 세뇌를 당한 10대가 경찰관인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무고해 아버지가 큰 고초를 치른 사실이 밝혀졌다.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20일 경찰관의 딸인 김모(18)양을 성폭행하고 이를 아버지(45)에게 뒤집어 씌워 무고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무속인 이모(56)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와 짜고 아버지한테 성폭행당했다고 거짓 진술한 김양은 춘천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무속인인 이씨는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김양의 어머니(42)를 통해 알게 된 김양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4차례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 했다.
이씨는 김양이 가정에 소홀한 경찰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이씨가 아버지처럼 대해주자 김양이 그를 할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급속도로 관계가 가까워졌다.
지속적인 만남으로 경계심이 허물어지자 이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부족한 기를 채워주겠다’며 과도한 신체접촉을 하고, 강원 동해안 등지를 여행하면서 김양을 성폭행했다.
더욱이 신용불량자인 이씨는 합의금을 타내기 위해 김양이 아버지를 거짓 고소하도록 일을 꾸몄다. 아빠가 몹쓸 짓을 했다는 점을 수시로 김양에게 주입시켰다. 이들은 성폭행 상담기관을 찾는 등 알리바이를 치밀하게 조작한 뒤 지난달 15일 경찰에 아버지를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양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 아버지가 근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작극이 들통 났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자로 낙인 찍혔던 아버지 김씨는 1주일 만에 풀려났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뒤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폐쇄적인 상황에 놓이거나 심신이 나약한 청소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밀감을 쌓은 뒤 정신적, 육체적으로 종속시켜 범죄를 일으키는 ‘차일드 그루밍(child grooming)’의 하나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5일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이 사건을 수사했던 강원지방경찰청 여성 청소년계 소속 경찰관 4명을 징계했다.
영월=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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