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해 배를 곯는 빈곤아동 규모는 매년 8% 안팎으로 거의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아동센터 등 복지서비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빈곤 아동의 70% 가까이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미만 가구의 아동 비율인 국내 아동 절대빈곤율은 2007년 7.9%에서 2008년 7.8%, 2009년 7.7%로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전체 가구소득 분포에서 한가운데 소득인 중위(中位)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을 뜻하는 상대빈곤율은 2007년 11.3%에서 2009년 9.7%로 1.6%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통계청 자료를 이용한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실 분석에서는 2003~2006년의 상대빈곤율 평균은 10.63%로 아동 빈곤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던 1998년 외환위기 이후 4년간 평균치(10.28%)보다 더 높았다.
문제는 이 같은 빈곤 아동의 다수가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의 사회복지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데다, 일정한 교육을 받아도 성장해서 저소득층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실에 따르면 아동 기초생활수급자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05년 이후로 매년 40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빈곤아동 청소년을 위한 복지지원기관인 지역 복지관과 아동센터, 방과후 아카데미 등을 이용하는 아동ㆍ청소년 숫자는 해마다 10만명 수준이다. 30만명 정도의 빈곤 아동ㆍ청소년이 복지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복지부가 2008년 6,923가구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전국 규모의 아동빈곤 실태조사에서는 절대빈곤 가정의 0~8세 아동의 기억력이 평균 4.78점인데 비해 최저생계비의 120% 소득을 버는 차상위계층 이상 가정의 아동은 11.74점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 표현하는 어휘수준도 차상위 이상 아동이 109.3점인데 비해 절대빈곤 아동은 44.66점에 불과했다.
빈곤의 대물림을 연구해온 보건사회연구원 여유진 부연구위원은 “국내 아동 빈곤율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일해도 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문제 등 빈곤 가구 확대와 맞물려 있다”며 “지금 40, 50대의 경우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갈수록 교육보다 부모의 소득이 계층 형성에 더 큰 변수로 나타나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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