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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병영바둑교실 강사 이다혜·백지희, 입문·초급용 교육서 내달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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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병영바둑교실 강사 이다혜·백지희, 입문·초급용 교육서 내달께 출간

입력
2011.04.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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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미녀와 함께 배우는 바둑'이 어때." "대상이 군인들이니까 좀더 솔깃하게 '12주 만에 장인 어른 따라잡기'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요즘 군부대 바둑보급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여자프로기사 이다혜(26 ․ 4단)와 백지희(26 ․ 2단)이 다음달 발간될 '군대바둑책' 제목을 뭐라고 정할 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군대바둑책'이란 다시 말해 국군장병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다. 지금까지 어린이를 위한 바둑책은 많았지만 성인 특히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바둑책이 발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여자프로기사들이 집필자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다혜와 백지희가 군인들을 위한 바둑책을 쓰기로 한 건 물론 장병들에게 바둑을 보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다. 두 사람 모두 요즘 매주 토요일마다 군부대를 찾아가 장병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기원 여자프로기사회가 2009년 3월 육군 65사단에 처음 개설한 병영바둑교실은 2년만에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포함해 전국 16개부대로 늘어나 그동안 연인원 1만여명이 바둑을 배웠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정부예산이 지원되기 시작해 병영바둑교실을 개설하는 군부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군장병들을 전원 바둑팬으로 만들겠다는 여자프로기사들의 당찬 포부가 차근차근 알찬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군부대 바둑강사들이 정해진 커리큘럼없이 서로 자기 식대로 장병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다 보니 효과적인 교육에 어려움이 많았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비법 강의노트를 만들거나 기존 바둑책들을 활용했지만 대부분의 교재들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군부대 교육용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병영바둑교실 강사로 활동 중인 여자기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통일된 교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다혜와 백지희가 자청해서 이 일을 맡았다. 작년 9월부터 목차와 내용을 정하고 6개월에 걸친 집필작업 끝에 지난달 원고 작성을 모두 끝냈다. 현재 편집 단계에 들어갔으므로 빠르면 다음달 쯤 책이 나올 예정이다.

군대바둑책은 입문과정 12주와 초급과정 12주코스 두 권으로 구성됐다. 최근 병영바둑교실에 참여하는 장병들이 거의 다 바둑을 처음 접하는 완전초보 수준이고 병영바둑교실 교육과정이 3개월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에 맞춘 것이다.

입문편은 단수부터 시작해서 축 장문 패 옥집 환격 촉촉수 등 기본적인 규칙과 바둑기술을 가르쳐 12주가 지나면 15급에 이르고 초급과정을 3개월간 이수하면 10급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너무 의욕적인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동안의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현가능한 목표라고 한다. 실제로 장병들이 병영바둑교실에서 6개월 코스를 마친 후 '졸업시험'을 치르는데 목표치인 10급을 넘어서는 병사들이 제법 많았다. 강의 중간중간에 가벼운 이야깃거리를 실었고 재미있는 삽화도 많이 삽입해 바둑공부가 지루하지 않게 꾸몄다. 앞으로 군부대 뿐 아니라 대학생과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바둑보급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백지희는 요즘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 이다혜는 강원도 철원 육군 6사단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이밖에 여자기사회장인 김효정과 이지현 현미진 강승희 김선미 배윤진 김수진 윤지희 박소현 등 10여명이 군부대 바둑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좀더 많은 동료들이 참여를 원하지만 매주 토요일을 희생해야 하므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다혜의 경우 병영바둑교실 초창기부터 강사로 활동했으므로 벌써 2년째 황금같은 주말을 꼬박 군부대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고생도 많았다. 6사단의 경우 워낙 거리가 멀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만 3시간반이 걸리므로 수업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매주 토요일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작년 겨울에는 아침에 출발해서 한참 가고 있는데 폭설 때문에 부대에 들어가는 길이 끊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도중에 돌아온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바둑교실에서 공부한 병사가 휴가 때 집에서 아빠와 난생 처음으로 대국을 둬봤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제대 후 대학 바둑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제자를 만나 가슴이 뿌듯했던 적도 있다.

백지희는 명지대 바둑학과를 졸업했고 이다혜는 한국외대 일본어과에 재학 중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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