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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애인의 날/ 휠체어 장애인 동행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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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애인의 날/ 휠체어 장애인 동행취재

입력
2011.04.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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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 서울지하철5호선 왕십리역. 열차 문이 열리자 전동휠체어를 탄 도신자(49)씨와 활동보조인 설광자(63)씨의 사투가 시작됐다. 이 역은 승강장과 열차 간격이 10㎝로 넓은데다, 열차 높이도 승강장보다 5㎝나 높아 전동휠체어가 바로 들어갈 수 없다. 지름 20㎝인 앞 바퀴가 틈에 끼어 오도가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앞 바퀴를 들어올린 후 다른 사람이 끌어줘야 한다.

설씨가 용을 썼으나 문이 닫혔다. 문에 몸이 낀 설씨가 비명을 지르자 승객들이 달려들었다. 3번이나 문이 열리고 닫히길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승차할 수 있었다. 도씨는 "지하철 탈 때마다 겪는 일"이라며 여유를 부렸지만 쉽게 넘을 수 없는 10㎝의 간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만큼이나 넓어 보였다.

기자는 20일 장애인의날을 하루 앞두고 장애인이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을 알아보기 위해 동행취재에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세종문화회관에 들렀다가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도씨는 14년 전 급성류마티스관절염에 걸려 8년 전부터 걷지 못한다. 발이 돼주던 남편이 3년 전 심장병으로 숨진 후 전동휠체어를 타게 됐다. 도로의 낮은 턱에 걸려 전동휠체어가 엎어질 수 있고, 축전지가 방전돼 길 한복판에서 멈출 수도 있어 10개월 전부터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설씨가 정부의 교육을 받고 활동보조인으로 나섰다.

광화문역에 닿았다. 8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사람들에 가려 전동휠체어에 앉은 도씨는 출구 안내판을 볼 수 없었다. 도씨는 "큼지막하게 붙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리프트 이용은 그나마 좋은 편이었다. 호출버튼을 누르자 20여초 만에 공익요원이 나타났다. 56개 계단을 올라가는데 3분20초 정도가 걸렸다. 도씨는 "주말마다 가는 교회가 있는 강남역은 리프트는커녕 엘리베이터도 없어 학동역이나 청담역에서 내려 한 정거장을 걸어간다"며 "강남역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다던데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40분 가량 걸려 도착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장애인 특별할인으로 전시 관람요금을 50% 할인해주고 있었지만 정작 장애인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표를 파는 곳은 두 계단 위에 있어 혼자 표조차 살 수 없었다. 비장애인은 바로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하 1층 미술관으로 갈 수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표지판은 붙어 있지 않았다. 직원 두 명을 찾아 묻고서야 15분만에 미술관에 닿을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다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에 앞 바퀴가 빠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대회의실. 427석 규모의 대회의실에 휠체어를 대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4석뿐이었다. 대회의실 통로는 계단식이라 맨 뒤의 두 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리프트를 타고 중간에 내려 휠체어 전용석을 이용해야 한다. 장애인인 민주당 박은수 의원의 전재현 비서관은 "지난해 행사가 215건 있을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은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지 11일로 3년이 지났다. 그러나 기본적인 이동수단조차 잘 갖춰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7년 저상형 버스를 2011년까지 전체 운행버스의 31.5%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재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해양부는 2014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절반을 저상형 버스로 교체하겠다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 장애인 정책의 씁쓸한 단면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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