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정책 수립과 입법의 기초가 되는 정부의 장애인 실태조사가 그 동안 갖은 통계 오류와 조사방법 번복으로 신뢰성이 떨어진 데다, 갈수록 조사 표본수가 줄어 장애인 실상을 파악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수 년에 한 차례씩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포함한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장애인 실태조사 표본 숫자는 1995년 13만556명에서 2000년 12만3,721명, 2005년 11만9,306명으로 감소했다. 2008년 조사에서는 아예 조사 대상을 등록장애인으로만 한정해 표본이 7,000명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34만여명에서 210만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이 때문에 등록장애인 대비 조사 대상 장애인 비율은 1995년 0.96%에서 2000년 0.59%, 2005년 0.34%, 2008년 0.33%로 표본수 감소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며 통계로서 대표성마저 의심되고 있다. 대상 인구가 늘면 조사 예산도 증가해야 하지만 실태조사 예산은 7년째 10억원이다.
조사 방법도 2005년까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지 않고 3만~4만 가구를 대상으로 일반 조사를 실시해 비등록 장애인을 확인하고 이들을 포함한 전체 장애인 실태를 파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비장애인까지 포함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감사원 지적을 받고 2008년에는 비장애인을 조사에서 제외했다가 이 같은 방식으로는 비등록 장애인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일자 3년만에 실시하는 올해 조사는 예전의 일반 가구 실태 파악으로 되돌아갔다.
2009년에는 복지부가 전년의 실태조사를 토대로 장애인 국민연금 가입률이 71.1%에 이른다고 발표했다가 국민연금 가입대상 기준을 잘못 적용한 사실이 밝혀져 이를 절반도 안 되는 34.4%로 정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실태조사와 별개로 등록장애인 통계도 지난해 사회복지통합관리망 도입 전까지는 장애인 등급기준에도 없는 장애등급이나 기준과 다른 장애인 등급이 버젓이 통계자료로 나왔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장애인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를 공유하는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행정의 손발이 돼야 할 지자체의 포괄적인 장애인 조사는 전무한 형편이다. 장애인단체총연맹 한정재 대외협력부장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복지부 장관은 지자체장에게 장애인 전수 조사를 실시토록 요구할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 수립을 위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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