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윤 9단 ● 박영훈 9단맥심커피배 본선 8강전
국내 바둑계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예기사들이 맹위를 떨치는 바람에 나이 많은 선배기사들은 상대적으로 각종 기전에서 매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맥심커피배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바둑계의 원로인 입신(9단)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전이다.
그래서 당시 국내 1, 2인자였던 이창호와 조훈현은 스스로 출전을 사양했다. 제1기에서 최규병이 우승했고 2기와 3기는 유창혁이 연패했다. 특히 4기에는 장주주-루이 부부가 사상 초유의 '부부간 타이틀매치'를 벌여 장주주가 우승했고 5기에 다시 루이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흑의 실리와 백의 세력이 서로 잘 어울린 바둑이지만 흑이 선수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기분 좋아 보인다. 박영훈도 형세가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전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흑1로 벌려 착실히 실리를 챙기면서 중앙 백 세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강동윤이 백2로 패를 따내 선수로 A의 단점을 보강한 다음 백6으로 마지막 남은 큰 곳을 차지했다. 기세 상으로는 1로 둬서 중앙을 제압하는 게 좋아 보이지만 강동윤도 실은 실리파이기 때문에 너무 세력 일변도로 나가다가는 집 부족 증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됐던 모양이다. 하지만 흑7부터 15까지 중앙에서 흑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안정해 버리자 백이 좀 싱겁게 됐다. (13 … ▲) 그래서 백18로 강동윤이 반격을 시작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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