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중인 칠레,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과의 교역 확대를 위해 FTA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추가 협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FTA 발효 이후 바뀐 교역 환경을 반영하는 한편, 자유 교역의 범위를 확대해 상대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농업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의 추가 개방이 불가피해 관련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19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4년 한ㆍ칠레 FTA 발효 당시 예외 품목으로 분류됐던 일부 공산품(냉장고, 세탁기 등)의 관세 인하를 얻어내기 위해 칠레산 돼지고기와 치즈 등 관세를 낮추는 내용의 협상을 올 하반기부터 벌이기로 했다. 통상교섭본부 고위관계자는 "FTA가 적용된 자동차는 체결 전 1억1,700만달러이던 수출이 지난해 9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으나, FTA에서 제외된 냉장고와 세탁기는 중국산에 밀려 현지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2004년 당시 칠레 농산물 수입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칠레측이 냉장고와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한ㆍ칠레 FTA 발효 이후 7년간의 성과가 좋고 국내 농업 피해도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통상교섭본부는 지난해 1월 발효한 인도와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대해서도 최근 인도측과 추가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 협정은 발효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올 2월 일본이 한국과의 협정보다 휠씬 강도 높은 내용의 CEPA를 맺으면서 보완 필요성이 높아진 상태다. 한 관계자는 "시장 개방 폭이 우리는 수입액 기준 85.5%인데 비해 일본은 90%에 달한다"며 "일본 수준으로의 시장 개방을 얻어내기 위해 올 7월부터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열어 협정 개선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아세안 FTA도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동시에 참여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미흡하게 체결된 관세인하 등 양허 수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측은 또 민감 품목으로 분류된 자동차의 관세인하 폭을 확대하거나 기간을 단축하는 등 시장 개방 가속화도 기대하고 있는데, 6월께부터 본격적으로 추가협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방침이 농업 등 우리의 취약 분야에 대한 개방확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관련 분야의 반발도 예상된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협상 대상 품목과 범위, 양허 수준을 논의해 결정하고, 추가 개방에 대비한 피해대책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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