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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심화진 총장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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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심화진 총장의 도전

입력
2011.04.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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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대학처럼 양면성을 띠고 있는 거대 조직도 드물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긴 해도, 대학은 갈구(渴求)와 비판의 대상이라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선진국에 다가설수록 갈구의 강도는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 이니셜)를 위시해 주요 대학에 들어가려는 입학 경쟁은, 10여 년 후 입학자원 격감이라는'고등교육의 쓰나미'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하버드대 옥스포드대 도쿄(東京)대 등 선진국 명문대를 향한 그 나라 국민의 식지 않은 열풍을 보면 우리 대학을 전망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에 제2캠퍼스 만든 발상

대학이 늘'꿈의 무대'였으면 얼마나 좋으랴. 옥석(玉石)을 골라내는 인재테스트와 최고 지성들의 집합체로만 기억된다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마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서남표식 개혁 정책 실패 논란을 부른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비극'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대학이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은 뼈아프다.

연간 1,000만원을 훌쩍 넘긴 고액 등록금을 받는 만큼 학생들에게 쥐어준 혜택이 뭐냐고 묻는다면 많은 대학들이 고개를 숙일 것이다. 바늘구멍 같다는 취업도 학생 스스로의 피와 땀이 이뤄낸 결과이지, 대학이 보탠 것은 냉정히 따져보면 기실 적은 편이다. 사제 간의 소통이 실종된 마당에 취업에 무슨 도움이 얹혀지겠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물어봐라. 이게 대학이 비판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대학은 내실을 다지면서 도약을 하기란 참으로 힘든 구조다. 언제부턴가 굳어진 대학 랭킹(서열)은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다. 학교 운영을 위해 랭킹 상승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총장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대학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봐야 옳다. 경쟁력 확보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외연도 넓혀야 하는 숙명적인 과제가 대학 경영의 총수인 총장한테 주어져 있다. 4년의 임기(물론 연임 이상의 경우도 있다) 중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실로 난제다. 그만큼 2관왕을 쟁취하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요즘 고등교육계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 여성 총장이 있다. 성신여대를 이끄는 심화진 총장이다. 이 대학 교수 출신인 그는 여대는 물론이고 명성과 돈이 받쳐주는 내로라하는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도 못한 일을 해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성신 운정그린캠퍼스'로 명명된 제2캠퍼스를 만든 것이다. 그것도 본교와 불과 6km 남짓 떨어진 지근거리에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에코캠퍼스를 표방했는데, 이름에 걸맞게 건물 자재는 모두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고, 건물 내부 냉난방도 지열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변화 주도형 총장 필요한 시대

서울 시내 대학이 서울에 캠퍼스 하나를 또 만든 첫 사례라는 의미 외에도, 성신여대 제2캠퍼스 조성이 던지는 시사점은 간단치 않다. 심 총장은 대학 교육이 특화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외면할 것이라 믿고 있다. 주위의 '기대 반, 걱정 반' 시각에도 불구하고 새 캠퍼스 신설을 추진한 것도 이공계열 전공분야를 가르칠 전문적인 교육 공간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탓이다. 대학이 있어야 지역도 발전할 수 있다는 '대학- 지역 공동 발전론'에 대한 철학도 확고했다.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강북구 미아동 주민들은 뜻밖의 선물에 들떠 있다고 한다.

카이스트 사태 이후 대학의 역할과 책임이 새삼 조명 받는 상황이다. 특히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대학을 끌고 가는 총장의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그런데 제 역할을 하는 총장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군림하길 좋아하고, 변화를 싫어하고, 내실보다 외형 확대에 곁눈질하는 총장이 있는 대학은 참으로 불행하다. 미래의 퇴출 대학 0순위는 바로 그런 총장을 둔 대학이다.

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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