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9혁명 희생자들에 대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유족의 사죄가 결국 무산됐다. 유족 이인수씨와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원들은 4ㆍ19 51주년일에 수유리 국립묘지를 찾아 희생자 묘소를 참배하고 사죄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4ㆍ19혁명공로자회 등 희생자단체 회원들에 의해 저지됐다. 이 전 대통령 유족 측이 "진실된 사과를 하고, 화합의 장을 갖고자 왔다"며 거듭 진정성을 밝혔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알다시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비록 극단적으로 갈려 있지만 그의 역사적 행적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밝혀져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 전 대통령은 불행한 말년과 죽음으로 과오에 상응한 값을 치렀고, 4ㆍ19혁명과 희생자들은 최고 수준의 역사적 평가와 함께 일정한 보상과 예우를 받았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역사적 정리는 일찌감치 이뤄졌다.
반세기 세월이 흘러 서로의 정서적 정리 과정만 남아 있던 차였다. 우리가 뒤늦게나마 이뤄지는 사죄를 하나의 역사정리 단계로 보고 환영의 뜻을 밝혔던 까닭이다. 물론, 희생자 유가족 측의 진정성 의심근거가 전혀 부당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최근 일각의 활발한 복권 움직임 등으로 보아 혁명 50주년인 지난해가 오해를 덜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기였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더 이상 기회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는 유족의 진정성을 무조건 의심할 근거가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또 사죄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새삼스럽게 뒤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날 해프닝은 우리사회에서 갈등의 접점을 찾는 일이 여전히 얼마나 어려운지, 나아가 용서와 타협 등을 통해 화합과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요원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우리사회에서 관점은 입장에 따라 늘 단선적이고 포괄적이다. 공과 과를 세세히 따져 평가할 것은 평가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것이 합리적 접점을 찾고 갈등을 극복하는 길인데도 이런 문화가 설 자리는 아직 없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사죄 무산이 아쉽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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