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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플랜트 현장을 가다] <3·끝> 대림산업, 세계 최대 사우디 폴리카보네이트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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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플랜트 현장을 가다] <3·끝> 대림산업, 세계 최대 사우디 폴리카보네이트 공장

입력
2011.04.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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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최대 산업도시 알 주베일에 자리한 카얀 폴리카보네이트 프로젝트 건설 현장. 15만㎡의 벌판에 사우디 국영 화학회사 사빅(SABIC)과 알 카얀 페트로케미칼이 함께 세운 '사우디 카얀 페트로 케미칼'사의 발주로 2006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연간 생산량 26만 톤의 세계 최대 규모의 폴리카보네이트 제조 공장을 짓는 대역사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단단하고 열에 잘 견뎌 가전과 정보기술(IT), 기계 등의 부품 소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곳은 한국을 비롯, 대만, 유럽 등 전 세계의 주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의 약어로 설계와 기자재 조달, 시공 등의 작업을 일괄 시행하는 것) 건설회사들의 전쟁터나 다름 없다.

권순용 대림산업 상무는 "과거에는 원유만 팔아 돈을 벌던 사우디 정부가 원유를 가공해 만든 석유 제품도 직접 판매하기로 전략을 바꾸면서 대규모 플랜트 건설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플랜트 건설 회사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곳이 사우디"라고 말했다.

그런 전쟁터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이 바로 대림산업이다. 9개 공정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림산업은 3개 공정(13억 달러 규모)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주요 공사는 거의 마무리했고, 마지막 점검 단계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엄격한 공정 관리와 까다로운 건설회사 선정으로 유명한 사우디 회사들이 대림산업에게 전체 공정의 3분의 1을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을 관리하는 사빅의 알 하브리 매니저는 "대림은 2008년 사빅사가 선정한 '최고의 프로젝트사'로 뽑힐 만큼 뛰어난 기술력과 오랫동안 중동에서 일해 오면서 쌓아 온 신뢰가 장점"이라며 "전체 공정 중에서 공사 기간과 품질이 가장 만족스러운 것도 대림"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유재호 상무는 "이 공장은 독가스의 주 원료로 쓰이는 포스겐을 필수 원료로 쓰는 기존 폴리카보네이트 생산 방식과는 달리 이를 대체할 새로운 기술로 안정성, 친환경성,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며 "이 새 기술을 적용한 폴리카보네이트 공장은 4곳에 불과한 데 이중 2곳을 대림이 시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공정과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공정은 원래 중국 회사와 유럽 회사가 맡던 곳이었지만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지 못하자 발주 회사가 '해결사'로 대림을 지목, 추가로 일을 맡겼고, 뒤처졌던 공사 기간을 다 따라잡아 원래 계획대로 공사를 마무리 했다.

대림의 중동 진출 역사는 3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림은 1973년 사우디 국영 정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를 16만 달러에 따내면서 '국내 최초의 중동 진출'과 '해외 플랜트 수출 1호'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게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사우디, 쿠웨이트, 중국, 필리핀 등에서 1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림은 사우디 정부가 카얀 프로젝트 현장 인근에 만들고 있는 제2 산업단지에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사가 공동 추진 중인 석유 화학 단지 프로젝트의 5개 공정 중 '산성가스와 황 회수 설비'를 8억2,000만 달러에 단독 수주 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을 비롯해 한국 건설 회사들이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질 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걱정이다. 김성인 대림산업 사우디 지점장(상무)은 국내 건설 회사들 사이의 '출혈 경쟁'을 우려했다. 그는 "유럽, 일본 회사들 대신 한국 회사들이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앞세워 중동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고 이는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하지만 수주가 능사라는 생각에 우리 기업들끼리 과열 경쟁을 펼치다 보니 사우디 회사들이 이를 역이용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험과 기술을 두루 갖춘 인력이 모자라다 보니 업체들 사이의 '사람 빼 가기'도 걱정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장비와 인력의 부족은 기술력으로 채워야 한다"며 "외국 선진 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수익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나눠 갖는 노력과 함께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주베일·알코바르(사우디아라비아)=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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