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가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인한 위기를 타개 위해 구성한 혁신비상위원회가 19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부총장 등 보직교수 5명과 평교수 대표 5명, 학생 대표 3명 등 13명의 혁신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본관 제2회의실에서 2시간 넘게 비공개 회의를 열고 앞으로 활동방향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앞으로 다룰 의제나 안건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서남표 총장은 정오께 회의장에 잠시 들러 혁신위원들을 격려했다. 서 총장은 20여분 뒤 회의장을 나서면서 "혁신위원들에게 좋은 계획을 짜 달라고 당부했다"며 "혁신위의 결정을 따른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평교수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다는 서 총장과 교수협의회의 합의에 따라 경종민(전기ㆍ전자공학과) 교수협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앞으로 회의개최 일정과 진행방향, 의제 결정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경 위원장은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오늘은 13명의 위원이 앞으로 위원회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며 "카이스트가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앞으로 3개월간(필요할 경우 1개월 연장)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비상총회를 통해 의결한 재수강제한 폐지와 전과목 영어강의 개선, 대학 정책결정과정 학생참여, 총장 선출 시 학생투표권보장, 연차초과제 개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교수들에 대한 평가 문제와 서 총장의 리더십 변화 요구안 등도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학생 대표로 참여한 이병찬 학부총학생회 언론담당은 "비상총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의제들을 광범위하게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은 구성원의 대표로서 안건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 개인 차원에서 다양한 안건을 내놓게 될 것"이라며 "의사결정은 토론을 통해 가급적 합의점을 찾아가겠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과반수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 회의는 원칙적으로 매주 월수금 오전 7~9시 개최하며 다음 회의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혁신위원 중 1명은 첫 회의가 끝난 뒤 트위터에 "주변으로부터 이제 추악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될 거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은 이미 상상 이상이다"라는 글을 올려 회의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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