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의회 국정연설에서 크렘린 재입성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1일 보도했다.
2008년 총리 취임 이후 세번째인 이날 의회 연설에서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성급한 자유주의를 배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내년 3월 대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개혁 노선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러시아 정가의 해석이다.
푸틴은 특히 정치적 안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가적, 경제적 허약함과 외부 충격에 대한 불안정성은 필연적으로 국가 주권에 대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 그는 이어 "앞으로 10년은 불필요한 선동주의나 성급한 실험 등을 배제한 채 지속적이면서 차분한 발전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푸틴은 또 과거 업적 설명과 미래 비전 제시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경제 담당보좌관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는 "점진적 개혁이 아닌 급진적이고 포괄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푸틴 총리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책 노선을 에둘러 비판한 데 대해 메드베데프측은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두 사람간 갈등이 부쩍 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푸틴 총리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곧 바로 푸틴 측근들을 국영기업 이사진에서 퇴진시킨 바 있다. 푸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군사 개입 결의를 비판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문명 갈등을 야기하는 용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정훈 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