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체전서 3관왕 세번 한 서경원씨36세에 늦깎이 입문… 누워서 105kg 번쩍손글씨도 따로 배워… "사회적 기업 세울래요"
한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서경원(44)씨는 누워서 역도를 한다. 그가 벤치에 누우면 보조원들은 그의 다리를 벤치에 묶는다. 양 팔로 무거운 역기를 들면 70㎝ 남짓의 야윈 다리가 위로 뜨기 때문. 힘이 달려 역기가 가슴 위로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경기 보조원 2명이 양쪽에 서서 역도 봉 아래 쪽 허공에 손을 받치고 있는다. 서씨는 이렇게 누워 105㎏을 들어올린다. 자기 몸무게(52㎏)의 두 배가 넘는다.
"마흔이 넘어 생애 처음으로 1등을 해봤어요." 그는 불혹의 역도선수다. 운동선수로 따진다면 불혹이 아닌 구순(九旬)이라 할 정도의 고령이지만 그는 전국장애인체전 역도부문 52㎏급에서 3관왕을 세 번(2006, 2009, 2010년)이나 차지했다.
역기를 가슴까지 내린 후 1초 정도 멈추었다가 팔을 쭉 뻗는 파워리프팅과 지지대에서 바로 들어 올리는 웨이트리프팅, 두 점수의 총합까지 3개 부문에서 모두 1등을 한 것. 그는 "소아마비 장애인은 상체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어 다른 신체 장애인에 비해 역도에 유리하다"고 겸손해 했다.
그가 역기와 인연을 맺은 건 2003년. 20대 초반에 액세서리 세공 일을 시작해 나중엔 가게도 차렸지만 값싼 중국 제품에 밀려 1990년대 후반 사업을 접었다. 이후 웹 디자인을 배우기도 했지만 젊은이들의 디자인 감각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상체 근력을 키우려 찾았던 헬스장에서 난생처음 역도를 접하고 재미를 느꼈다. 선배가 소개해준 윤중희 장애인역도 국가대표팀 감독이 연습실을 내주며 역도를 지도해줬다. 처음엔 봉(20㎏)만 잡고, 이후 바벨을 끼워 40㎏, 60㎏으로 무게를 늘여갔다.
대망의 100㎏을 성공한 건 역도를 시작한 지 3년만이다. "살면서 처음 희열이라는 걸 느꼈죠. 아들(14)에게 아빠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큰 기쁨이었고요."
하지만 바벨 수가 늘면서 아픈 곳도 늘어갔다. 역도를 한 후 고혈압이 생겼고 최근엔 목뼈에도 이상이 왔다. 자다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서씨의 어머니와 부인은 역도를 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는 장애인 운동은 기업의 후원이 없어 실업 팀이 만들어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생계도 힘들고 아파도 혼자 병원에 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 현역 은퇴를 고민하는 서씨는 무거운 역기를 들었던 힘으로 세상을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장애인 운동 지도사로 일하며 장애인 운동 복지에 힘쓰고 싶고, 1년 전부터 배운 손글씨로 관련 사회적 기업도 차리고 싶어요."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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